[식당 리뷰] 할머니의 손맛이 생각나는 초당동 순두부거리 원조집 '초당할머니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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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두부코너를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강릉 초당두부
국산콩으로 만든 두부치고는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일품이라 많이 애용했던 두부제품이기도 하다만 초당이란 명칭은 단순히 강릉에서 런칭한 브랜드나 상품명 정도로 생각했었다.
아침 일찍 강릉 나들이를 나서며 동행하던 지인이 강릉 초당에서 브런치를 순두부로 먹자고 제안을 했다.
서울에서 순두부 한그릇 하자고 하면 의례히 벌건 국물의 순두부를 떠올리게 되지만, 강릉에서의 순두부라니, 설악산 산행 후 항상 들르곤 했던 할머니 순두부집의 허연 순두부의 충격이 떠올랐으나, 위염에 시달리고 있던 때라 흔쾌히 심심함이 예상되는 순두부 브런치를 먹기로 동의했다.
허연 순두부의 충격이란 것은 서울에서 늘 먹던 벌건 순두부가 아니라 진짜 말 그대로 허연 순두부만 한그릇 나왔었고 그 집의 유일한 메뉴라 대안이 없어서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세속적인 혀로 투덜거리며 먹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어렸을적 어머님이 직접 콩을 불리고 갈아 몽글몽글 끓여주시던 바로 그 순두부인데, 이 전통적인 담백함이 자극적인 맛에 묻혀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강릉 초당동 순두부마을에 들어서면 온통 초당두부란 상호를 붙인 식당들이 즐비하다.
어릴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전국 맛집을 순회했다는 지인이 추천하는 가장 전통적인 초당 순두부 맛집은 바로 '초당 할머니 순두부'
부모님이 전부 이북출신이라 슴슴한 맛을 즐겨했고 자연 본연의 맛을 잘 살린 맛집을 찾아 헤맸다고 하는데, 그 중 '초당 할머니 순두부'의 순두부는 지인의 가족이 어렸을적부터 먼길을 나서면서까지 방문해서 자주 먹었던 음식이라고 하니 이북출신 실향민의 고향맛을 잘 표현한 곳이 아닌가 한다.
입구에 초당 두부마을의 역사에 대해 설명되어 있다.
초당은 홍길동전의 허균과 강릉이 낳은 여류시인 허날선헌의 아버지 허엽선생이 직접 깨끗한 간수로 두부를 만들어 먹기 시작하면서 그의 호인 초당을 마을 명칭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남편을 잃은 과부들이 두부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으나 초당두부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건 1980년대 '초당 할머니 순두부'집의 오픈과 함께였다고 하니 과히 초당 순두부의 원조집이라고 볼 수 있다.
기다란 외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실내는 넓직하고 이날 식당 도착시간이 평일 11시 정도라 다소 널널하다.
주말과 식사 시간에는 번호표를 받고 대기를 해야 할만치 문정성시를 이룬다고 한다만 말그대로 밥집이라 회전률이 빨라 대기시간이 길지 않을듯하다.
메뉴는 딱 세가지
전통 맛집이지만 트렌드에 맞게 테이블 위 키오스크로 주문한다.
째복은 동해의 얕은 모래바닥에 서식하는 비단조개를 칭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얼큰 째복 순두부는 벌건 국물의 조개순두부쯤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반찬 리필도 셀프로
더 먹고 싶은 반찬 눈치 안보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이런 시스템도 좋다.
주문이 들어가면 신속하게 기본찬이 차려진다.
심심한 두부와 잘 어울리는 조합으로 구성된 찬들이 정갈하고 깔끔하다.
양이 다소 적지 않나 했는데, 남김없이 다 먹고 리필한건 없으니 저것이 순두부 정식과 딱 맞는 정량인듯 하다.
조그만 볼에 담겨져 나오는 비지찌개는 밥위 에 올려 간장양념과 비벼 먹으면 두부의 고소함을 배로 즐길 수가 있는 의외의 맛템
순두부백반 두개와 추가로 모두부 한모 주문했다.
심심한 밥과 심심한 순두부찌개라니..
평소 식습관대로라면 얼큰째복순두부를 주문했겠지만, 위염으로 속쓰림이 심했고 잊고 있었던 순두부 본연의 맛을 즐기고픈 욕구가 커서 망설임 없이 주문했던 메뉴이다.
일단 순두부찌개부터 후루룩 마시듯 먹어본다.
부드러운 첫맛 뒤에 깊은 구수함이 여운으로 남는다.
좋은 콩을 사용했고 깊은 정성을 들여 끓여냈다는 느낌이 든다.
몸이 안 좋아서인지 부드러운 순두부가 염증으로 고생하고 있던 위를 감싸주며 편안하게 치유해주는 기분이 든다.
순두부를 모양틀에 넣어 굳히면 바로 모두부가 된다.
그맛이 그맛이지만 다른 형태로 즐기는 두부는 또 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갓 만든 신선하고 따끈한 모두부는 양념장도 필요 없이 그냥 먹어야 본연의 고소함을 배로 즐길 수 있다.
순두부는 들이키고 모두부까지 우겨 넣으면서도 건강하게 배부른 느낌으로 마무리했다.
물 맑고 공기 좋은곳에서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버무린 강릉 초당 순두부가 보약인듯 든든하게 배 채우고 그날 이후 기적처럼 속쓰림이 사라졌으니 거리상 매번 갈 수는 없지만 쓰린 속 달랠때마다 생각날듯하다.
평냉의 맛을 즐기지 못하고 갈수록 맵고 자극적인 음식에 심취하는 요즘 세대에게는 이게 무슨 맛집이냐는 비판이 나올 소지가 다분한 곳이지만, 적어도 할머니가 끓여주던 뭉근하고 구수한 진짜 순두부의 맛을 기억하고 있는 중년층에게는 추억을 곱씹으며 건강하게 한끼 채울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추천 날린다.
[식당 정보]
상호 : 초당 할머니 순두부
주소 : 강원 강릉시 초당순두부길 77
전화 : 033-652-2068
대표메뉴 : 순두부백반, 모두부
<soheeele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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