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돌멩이’, 믿는 것이 진실이 아니라 진실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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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작, 한국, 106분
각본 감독 : 김정식
출연 :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 전채은
줄거리 : 다정한 이웃, 절친한 친구들이 있는 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 하고 있는 '석구(김대명)'는 8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30대 청년이다. 마을 잔치에서 소매치기로 오해를 받게 된 가출소녀 '은지(전채은)'를 본 ‘석구’는 진짜 범인을 찾아내고 둘은 서로에게 보호자 겸 친구가 되기로 한다. ‘은지’를 보호하고 있던 쉼터의 '김선생(송윤아)'은 둘 사이의 우정이 위험할 수 있음을 걱정하지만, ‘석구’를 보살피던 성당의 '노신부(김의성)'는 그저 둘을 지켜보자며 ‘김선생’을 안심시킨다. 어느 날 밤, ‘석구’의 정미소에 혼자 있던 ‘은지’에게 예기치 못했던 사고가 일어나고 그것을 목격한 ‘김선생’은 그를 신고하기에 이르는데… “정말 니가 그랬어…?”
[리뷰타임스=땡삐 리뷰어] 이 영화는 순전히 김대명이라는 배우에 대한 호기심으로 보게 되었다. <미생>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만난 김대명 배우의 부담 없는 연기, 더욱이 담담히 읊어가는 ‘가을 우체국 앞에서’라는 노래를 듣고 나서는 주연의 자리를 꿰찬 그도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그럼에도 사실은 조금 불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그가 아니면 누가? ‘역시~ 이런 내공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자리를 굳혔다.
무엇보다 마지막 석구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무엇이 그의 천진함을 그렇게 일그러뜨렸는지, 무엇이 그의 일상을 흩뜨려놓았는지… 가슴이 찌릿해 오며 먹먹해 오는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었다. 그건 분노이기도 했고 절망감이기도 했고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기도 했다.
카메라의 시선은 석구의 시선인 것처럼 느리고 어수룩해 보였다. 석구를 잡는 프레임은 흔들리기도 했고 서툴게 느렸다. 그러다보니 석구에게 결코 따뜻하지는 않았다. 은지를 훑는 모습도 마치 석구의 시선인양 불안했고, 주변 사람들 역시 석구를 적당히 이용하거나 놀려먹으며 또 적당히 속이려 하고, 어울려 살아주는 것에 대한 그들만의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것 같기도 했다.
방앗간에 찾아온 아저씨는 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으려고 했고, 친구라는 이들도 석구를 술자리 우스겟거리로 삼아 삶의 피로를 풀었고, 센터 소장은 시종일관 석구를 불안하고 방어적으로 바라보며 경계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본 ‘단 한 장면’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예단하는 어리석음을 서슴지 않았다. 본인이 예견했던 그간의 시선이 맞아떨어졌다는 듯이, 본인의 판단을 흔들 수 있는 몇 번의 균열을 애써 무시해 버렸다. 약자를 돕는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다른 약자를 더 사지로 몰고 있었다는 것을 모른 채. 특히 마지막 은지의 기억이 제대로 정렬을 잡고 있음을 알아차렸을 때도 그녀는 단호하게 일말의 의심을 가차없이 눌러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신부님은 어떠한가, 그토록 석구를 잘 안다고 하던 그는 진실을 밝히기 보다, 석구의 말에 귀 기울이기 보다 석구에게 동정심을 유발하라고 얘기하고 만다. “저는 장애인입니다. 용서해 주세요.”라는 말의 의미를 석구는 알지 못하는데 말이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그것은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방식,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리라.
석구의 “은지 아파요.” “신부님 내 믿어요? 내는 믿는데…”
은지의 “석구 때리지 마요.” “아무리 생각해도 석구한테는 좋은 기억밖에 없어요.”
은지를 위해 빵을 먹는 모습, 석구를 위해 등을 돌린 은지. 그게 친구의 모습이 아닐까. 친구를 위해 이 순간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철없는 은지와 석구에게는 너무 버겁고 쉽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먼 훗날 석구의 죽음을 알게 될 은지의 마음이 무겁게 내게 다가왔다.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석구가 은지의 한 마디를 흘려 듣지 않고 기억했다가 나무에 인형을 잔뜩 매달아놓은 장면이다. 석구가 은지의 말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그 마음을 보듬어 안아주는지 보여주고 있다.
돌멩이 하나 던지는 것밖에 할 줄 몰랐던 석구. 마리아상을 껴앉고 앉은 석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꾸 뒤돌아 보지만 어느 친구 하나 석구를 찾지 않는 마지막 길이 아련히 남아 있다.
석구가 믿고자 했던 것들… 석구가 지키고자 했던 것들… 그 모든 것은 우리 모두의 편견과 섣부른 판단,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돌아보지 않는 아집이 무너뜨렸다. 어쩌면 나 자신도 사실 그런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을 접하지 않았을 뿐… 그래서 내 깊은 내면의 모습을 보지 못했을 뿐… 자신할 수는 없다. 그렇게 <돌멩이>는 잠시 길을 멈추고 나를 한번 돌아보고 뒤를 한번 더듬어보게 했다. 자신의 신념만을 전부로 믿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는지,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만용을 부리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볼 일이다.
<돌멩이>가 내게는 긴 여운을 남긴 좋은 영화라는 판단에도 남겨지는 의문 한 가지, ‘은지가 병원에 갔을 때, 왜 감전에 의한 실신이었음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일까’ 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만 제대로 진단되었다면 모든 불행의 불씨는 피어오르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데…
<tomyif@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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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4
TepiphanyI리뷰어님의 댓글
땡삐I리뷰어님의 댓글
형은이님의 댓글
한번 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땡삐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