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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영웅>,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영화’는 무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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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일제 강점기 시절,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영웅>이 지난해 12월 개봉했다. 원래 2020년 3월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개봉 일정이 연기되다가 2022년 12월이 돼서야 빛을 보게 됐다.

 

 

출연진으로는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등이 참여했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생을 마감하기 까지 그의 마지막 1년이라는 시간을 재조명한 영화로 한국 창작 뮤지컬 <영웅>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장르인 ‘뮤지컬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영화는 참 생소하다. 우리가 기억하는 뮤지컬 영화는 대부분 할리우드 작품들이다. <사운드오브뮤직>, <맘마미아>, <시카고>, <라라랜드> 등 유명한 뮤지컬 영화가 많다. 순수 뮤지컬을 영화화한 <캐츠>나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등도 전세계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우리나라에도 뮤지컬 영화가 있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도 뮤지컬 영화가 없었던 건 아니다. 영화 영웅보다 앞서 개봉한 염정아, 류승룡 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코믹스러운 뮤지컬 영화가 있었고, 10여년 앞선 2011년 개봉한 영화 <써니>도 나름 뮤지컬 영화의 계보에 올라간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가 대중적 인기 장르로 자리잡은 미국 할리우드와 달리, 우리나라는 뮤지컬영화가 흥행하기 어려운 불모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왜 그럴까?

 

영화 <영웅>은 ‘우리나라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기존의 우리나라 뮤지컬 영화들은 영화 속 넘버(노래)가 반찬이었다면 영화 <영웅>은 비로소 메인 메뉴인 밥과 국으로 올라섰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영화 <영웅>은 후시 녹음이 아닌 현장 라이브 녹음을 70% 이상 살려 뮤지컬 영화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게 언론들의 한결 같은 찬사였다(똑같은 문장들이 여러 언론사 기사에 실린 걸 보면 아마도 영화사의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영화 <영웅>은 최근 4월까지 집계로 관객 수 320만명을 넘어섰다. <영웅>의 제작비로 140억원이 투입되어 손익분기점이 350만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영화시장이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체면치레는 한 셈이다.

 

개인적으로 아쉽게도 영화 <영웅>은 극장에서 보질 못했다. 아무래도 극장에서 보는 현장감과 사운드에는 못 미칠 게 뻔하지만 집에서 100인치가 넘는 프로젝터로 영화를 감상해 본 소감을 적어보고자 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

그래도 영화 리뷰인데 스토리는 잠깐 짚고 넘어가자.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 장르: 뮤지컬, 드라마
  • 감독: 윤제균
  • 원작: 한국 창작 뮤지컬 '영웅'
  • 출연: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 개봉일: 2022. 12. 21
  • 등급 : 12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20분

 

 

안중근은 설원의 자작나무 숲에서 동지들과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를 하고 "3년 내에 이토 히로부미를 처치하지 않으면 자결하겠다"는 맹세를 하며 피로써 '대한독립'을 태극기에 새기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의 첫 장면으로 가슴 뭉클할 정도로 아주 훌륭했다.

 

이어지는 과거의 회상. 안중근은 본인의 생일을 며칠 앞두고 어머니와 아내에게는 로마교황청에 다녀온다는 핑계를 대고 집을 나선 후 항일 투쟁을 이어간다. 1908년 8월에 함경북도 회령에서 일본군 포로를 만국공법에 의해 풀어주는데, 그 사건으로 인해 풀어준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전투에 패하게 된다.

 

명성 황후의 시해 사건을 현장에서 보고 난 후 한을 품고 일본으로 건너간 궁녀 설희가 영화에서 중요한 역을 맡는다. 일본에서 게이샤로 활동하다 이토 히로부미의 눈에 들어 곁에 있으면서 중요한 정보를 독립군에게 보내주는 게 그녀의 역할이다. 어느 날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 재무장관을 만나러 하얼빈에 온다는 정보를 입수한 안중근과 독립군 동지들은 이토를 처치할 계획을 세운다.

 

 

설희는 이토가 하얼빈으로 가는 도중 기차 안에서 이토를 살해하고자 시도하지만 실패로 돌아가자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솔직히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최악의 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이토가 하얼빈에 도착하자 안중근은 주저 없이 민족의 원흉인 이토를 사살하고 재판에 넘겨진다. 검사가 이토를 죽인 이유를 묻자 안중근은 "나는 대한제국의 자주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서 이토를 죽였다"라고 대답한다. 사형이 확정되자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는 아들인 안중근에게 항소하지 말고 나라를 위해 떳떳한 죽음을 택하라는 편지를 쓰며 수의를 보내준다. 안중근은 어머니가 보내준 수의를 입고 교수형을 받는다.

 

 

사형 집행 전 최후의 변론에서 안중근은 해방된 조국에 돌아와 묻히고 싶어 했으나 사형집행 이후 그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해서 그는 아직까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몇 해 전 고국의 돌아온 홍범도 장군의 유해처럼 안중근의 유해도 하루 빨리 되찾아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뮤지컬도, 영화도 아닌 이물감

영화 <영웅>을 기대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장발장이라 불리는 뮤지컬 배우 정성화가 안중근 의사역으로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서울예대 뮤지컬과 출신의 배우 박진주와 영웅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맡은 설희라는 인물역의 배우 김고은의 연기도 기대하는 바가 컸다. 하지만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영화 <영웅>은 한마디로, 기대 이하였다.

 

스토리 전개나 배우들의 연기를 떠나 가장 크게 실망한 건 사운드의 부조화였다. 각종 언론사들의 영화평에서는 70% 정도의 넘버들이 라이브 현장 녹음 방식을 채택해 립싱크를 선택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이질감을 피할 수 있었다고 찬사를 쏟아냈지만 개인적인 느낌은 립싱크 같은 따로 노는 이물감에 영화에 몰입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뮤지컬 영화가 아닌, 뮤지컬과 영화가 따로 노는 느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총을 맞고 죽기 직전의 배우가 고음 처리를 매끄럽게 해내고 노래를 멋드러지게 잘 부르려고 애쓰는 장면에서는 죽어가는 사람이 저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라 140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됐는지 모르겠지만 싸구려 CG는 감흥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김고은이 기차의 뒷칸에서 뛰어내리기 직전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기차가 달리는 방향과 반대로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장면이라든지 기차와 풍경이 전혀 매치가 안 되는 모습이 너무도 오랜 시간을 끌어 연출 부족을 드러냈다. 또한 해외 촬영이었음에도 세트장 분위기가 역력한 몇몇 씬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영화 <영웅>이 아닌 유지컬 <영웅>을 보진 못했지만 영화 연기와 무대 연기는 확실히 달라야 한다고 본다. 무대 위에서는 멀리 있는 객석까지 정확한 상황과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금 더 과한 표정, 과장된 액션, 정확한 발음과 발성이 필수적인 반면, 영화는 여러 가지 편집 기술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다각도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는 무엇보다 자연스러움을 최우선으로 연기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 <영웅>은 영화가 아닌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배우들이 이 영화는 뮤지컬스러워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는지 무대에서처럼 표정이나 동작을 과장해서 연기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돼버렸다.

 

뮤지컬 영화에서 넘버를 소화하는 가창력은 두 번째 요소라고 본다. 그 첫째는 영화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뮤지컬 영화가 여태까지 흥행한 적이 없는 이유는 아무리 잘 해도 <영웅>과 같은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녕 우리나라에서 <레미제라블> 같은 뮤지컬 영화는 요원한 것인가.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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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3

땡삐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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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삐I리뷰어
2023-05-02 10:31
시도만으로도 긍정적으로 봐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앞선 영화들과 달리 몰입도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이건 스토리로 보는 영화가 아니라서...

bear0601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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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r0601
2023-05-02 15:02
뮤지컬 영화라서 무리라기보다는 영화의 재미가 좀 없었습니다.

이른바 국뽕만으로 보기에는 ㅠㅠㅠ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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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선I기자
2023-05-02 15:30
안중근의 이야기는 초등학생도 알기에 아무래도 스토리로 재미있게 풀어내기는 한계가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재미적인 요소를 몇 가지 넣긴 했는데 뮤지컬이라는 데 집중하다보니 심심한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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