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이게 사는 거지”라고 말해주는 <오토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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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3. 29 미국 126분
감독 : 마크 포스터
출연 : 톰 행크스, 마리아나 트레비노, 레이첼 켈러 등
줄거리 :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오토’(톰 행크스)는 죽고 싶은 타이밍마다 이를 방해하는 이웃들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인생 최악의 순간, 뜻하지 않은 이웃들과의 사건들로 인해 ‘오토’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는데…
원작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이미 스웨덴에서 영화화한 작품이 있으며, <오토라는 남자>는 미국 버전인 셈이다. 사실 소설 <오베라는 남자>와 연결하지 못하고, 제목이 자꾸 끌리고 호기심을 돋우던 영화라 감상할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난 총평이라면 이렇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감동을 받고 긴 여운을 품게 되는 포인트가 뭐였는지 되짚어 보면, 배우들이 크게 뭘 하지 않는데도 가슴에 스미고 마음이 움직여 공감 지수를 높이는 경우가 많았다. <오토라는 남자>의 톰 행크스의 연기가 딱 그러했다. 눈빛 하나 숨소리 하나, 손짓 하나까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그 남자’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토라는 남자의 이야기는 까면 깔수록 공감되고 그의 내면으로 깊숙이 파고들어가게 된다. 왜 삶을 놓으려 하는지, 왜 아내를 따라가려 하는지, 그가 얼마나 아내를 사랑했는지, 아내는 또 어떻게 그의 삶에 동행해 왔는지 알게 되기까지 영화는 그 모든 이야기를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정갈하게 직조해나간다.
깊은 갈등도 없고,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굴곡도 없는 잔잔한 영화다. 살짝 살짝 브레이크와 엑셀을 밞아가며 운전해서 결국 관객을 목적지까지 데리고 간다. 무슨 거창한 삶의 이유나 목표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저 사람과 사람이 내뿜은 향기와 온기를 하나씩 나눠가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끈에 목을 매려하고,
자동차에서 가스를 마시려 하고,
기찻길에 몸을 던지려 하고,
총을 꺼내 쏘려 하고,
그 때마다 사람들이 그에게 갖가지 소소한 도움거리를 들고 온다.
오토의 연이은 자살 실패 에피소드는 하나 하나 뭐 그리 중요한 원인이나 사연이 있지 않다. 그저 그 순간 오토의 결심을 방해하는 사람들의 요청이, 자신이 삶을 버리는 일보다 좀 더 급하고 좀더 우선하고, 좀 더 마음이 가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기꺼이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선택하고, 본인의 자살 시도를 뒤로 미룬다. 사실 미뤄도 되는 일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이제 오토에게는 죽고 싶은 이유보다 살아야 할 이유가 점점 더 많이 생겨난다. 그렇게 “사람이 삶을 다시 붙잡는 데는 그리 엄청난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파고들게 한다.
오토는 이렇게 말한다.
“이게 사는 거지!”
삶의 이유와 방향을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결코 가볍지 않은 스토리와 연기로 채우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오토에게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해 주고 싶다.
또한, 오토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 또한 참 예뻤다. 그 마음이 평생 그의 삶을 지탱할 수밖에 없을 만큼.
첫 데이트 때 디저트만 시키는 오토에게 소냐는 묻는다.
“왜 디저트만 시켜?”
“당신이 먹고 싶은 것 다 사주려고..."
온통 ‘흑백’인 ‘세상’에서 ‘컬러’가 된 ‘소냐’를 만나, 원없이 사랑하고 함께 했던 오토에게 삶의 이유가 없어져 버린 것도 어쩌면 당연하겠지. 그러나 어디 삶이 그렇게 의미로만 가득 하던가, 가끔은 살아가는 것이 의미가 되기도 하겠지. 오토는 친절한 이웃들과 다른 질감의 삶을 3년이나 의미 있게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삶은 계속 되는 것이니까.
영화의 후미를 장식하는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상식과 원칙을 지키려 했던 오토의 노력과, 혼잡한 디지털 세상에서 캔버스에 크레파스로 그려넣은 그림과 글들이 잘 어우러지면서 미소 짓게 한다.
더욱이 안타까운 우리 배우의 소식을 접한 뒤라 엔딩 크레딧의 메시지는 더욱 마음 아프게 내려 앉았다.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땐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오토에게 그를 지켜주는 따뜻한 이웃들이 있었던 것처럼, 이 말을 자꾸 되뇌어 주고 싶다.
새해벽두부터 따뜻하게 말을 걸어 준 <오토라는 남자>, 마음에 아련하게 퍼지는 미소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tomyi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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