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리뷰] 이스타항공의 기사회생
AOC 재발급 및 슬롯 확보가 최대 변수…재매각이 어디로 될 지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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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이스타항공의 인수 완료 소식을 알렸다. VIG파트너스가 이스타항공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거래를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작해 창업주의 횡령배임 등 거시경제 환경의 급변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는 등 4년간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이스타항공은 이번 1100억원 투자 유치로 자본잠식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창사 이래 가장 건실하고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추게 됐다는 게 주요 언론사들의 평가다.
이스타항공은 왜 이렇게 됐을까? 그리고 어떻게 다시 살아나게 됐을까? 이스타항공의 설립부터 파산 위기까지 가게 된 이유, 그리고 정상화의 과정, 향후 전망 등을 짚어본다.
이스타항공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자본잠식
이스타항공은 2007년 10월 전북 김제 출신의 사업가이자 국회의원인 이상직 의원이 메리츠종합금융증권과 함께 설립한 저비용 항공사이다. 제주항공과 한성항공(2008년 운항 중단)에 이은 세 번째 저비용 항공사였다. ‘동방의 별’이라는 명칭처럼 이스타항공은 극동에서 출발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듯 보였다.
2009년 1월 7일 서울-제주 노선에 첫 취항화면서 역도선수 장미란을 홍보모델로 활용해 서울-제주 항공권을 국내 최저 19,900원에 판매하고 가장 비싼 요금도 69,900원에 불과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다. 여객기도 프로펠러기가 주를 이뤘던 저비용 항공 시장에서 탈피해 과감하게 보잉 737기를 도입했다. 또 2009년 12월부터는 말레이시아와 일본에 부정기 국제선을 취항시킨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1월 취항 1년만에 탑승객 100만명을 돌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스타항공은 모기업의 재무 사정 불안정으로 2013년까지 6년 넘게 적자 상태에서 운영되다가 2013년 영업이익 23억 원을 기록하여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5년에는 매출 2,894억 원, 영업이익도 175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6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하겠다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2017년 4월, 국토교통부의 발표에서 알려진 것보다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자본잠식률이 157%에 달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1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이스타항공은 2017년 연말 결산 기준으로 매출 4,928억 원, 영업이익 236억 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률이 67%로 크게 낮아졌고 2018년 말에는 48%까지 낮아지는 등 재무 구조가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2019년 일본 불매 운동의 여파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항공 수요 감소로 치명타를 입었다.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황을 악화 시킨 데는 보잉 737 맥스 기종의 결함도 영향을 미쳤다. 도입한지 얼마 안 되서 강제로 운항중단 조치가 내려졌는데 주기료는 주기료대로 지불하고 리스비도 계속 빠져나가고 있었다. 여기에 운항은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유지를 위한 정비비용도 들어갔기 때문에 보잉 737 맥스로 인한 손해는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한 때 항공기 23대로 국내선 4개 노선, 국제선 32개 노선을 오가던 이스타항공은 그렇게 스러지는 듯보였다.
2019년 중반부터 매각설이 본격적으로 나돌기 시작했다. 매각 관련 첫 기업은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이었다. 애경그룹은 2019년 12월 이스타항공 인수 계획을 발했다가 이듬해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그리고 등장한 기업은 건설업체 성정이다. 쌍방울도 입찰에 참여했으나 법원은 2021년 6월 성정의 손을 들어줬다. 파산 위기까지 갔던 이스타항공은 건설업체인 성정이 1200억원 가량을 투입하면서 작년 3월 가까스로 회생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성정 역시 재운항을 준비하다가 재무구조 악화로 사모펀드 운용사 VIG 파트너스에게 다시 매각했다.
VIG파트너스는 성정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 전량을 35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이달 말까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최대 1200억원의 자금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 살리기에 들이는 비용만 1500억 원에 이른다.
이스타항공, 다시 날아오르나?
이스타항공을 품은 VIG 파트너스는 2분기가 시작되는 4월부터는 국내선 운항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VIG의 첫 목표는 AOC(항공운항증명)를 재발급 받고 제주 노선을 다시 운항하는 것이다. AOC는 항공사가 안전 운항을 위한 인력, 설비, 정비시스템 등을 모두 갖췄다고 인정하는 증명인데 2020년 5월 효력을 정지당했다.
VIG는 인수대금을 최종 납입하고 거래를 종결 후 AOC 발급을 최대한 당겨보겠다는 계획이다. 또 AOC를 취득하는 대로 국토부로부터 노선 허가 및 슬롯(공항에서 항공기를 띄울 수 있는 이착륙 횟수)도 신청해 4월에 국내선 슬롯을 받고 이후 하반기엔 현재 보유하고 있는 B737 항공기 3대에 더해 3대를 더 임차해 일본 노선을 시작으로 다시 국제선 운항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AOC 발급에 최소 90일 정도가 소요되고 미흡한 부분을 수정하기까지 6개월 정도는 잡아야 하는 일반적인 경우에 비춰볼 때 이스타항공의 이륙은 올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조중석 전 아시아나항공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부임한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조 신임대표는 지난 30여년간 아시아나항공 한국지역본부장, 에어부산 경영본부 본부장 등 중책을 역임하며 영업, 마케팅, 재무, 전략기획 등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항공산업 전문가인만큼 향후 장기적 관점에서 이스타항공의 재도약을 진두지휘할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고 이스타항공이 완전히 기사회생된 것은 아니다. 또 한번의 재매각 절차가 남았기 때문이다. VIG파트너스가 펀드 운용사인 탓이다. 앞선 인수기업 성정이 700억원에 인수했다가 350억원에 팔았으니 투자금의 절반은 손해를 본 셈인데 VIG파트너스가 몇 번의 손바뀜에도 정상화에 실패했던 이스타항공을 살려낸 후 재매각에 성공해야 비로소 이스타항공의 홀로서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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