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리뷰] 에이서, 한국 시장서 ‘권토중래’ 노린다
일본에 위탁하던 전략 탈피하고 한국 법인 설립으로 재기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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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초나라 항우는 한나라의 유방과 천하를 놓고 자웅을 겨루던 인물이다. 유방과의 결전에서 참패하자 항우는 강 건너 고향으로 도망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하여 죽음을 택했다. 하지만 항우가 패전의 좌절을 딛고 훗날을 도모하였다면 다시 한번 패권을 얻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 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고사성어다. 어떤 일에 실패하였으나 힘을 축적하여 다시 그 일에 착수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대만 PC 제조업체 에이서(Acer)가 딱 그 격이다.
그 에이서가 권토중래를 노린다. 한국 시장에서 말이다. 에이서는 솔직히 한국 시장에서 그리 달갑지 않은 브랜드다. 1996년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5년만인 2001년 갑자기 지사 폐쇄와 완전 철수를 단행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수리나 교환 조치를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겪었기 때문이다. 2009년에 다시 국내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했지만 반쪽짜리 국내 진출에 불과했다. 국내 지사도 없이 일본 법인이 모든 것을 총괄한 탓이다.
2009년 당시 에이서는 막강했다. 소리 소문없이 밤봇짐 싸듯 한국 시장을 철수했지만 재진출할 때는 의기양양했다. 한국을 떠나 있던 지난 8년 동안 에이서는 세계 PC 업계의 내로라 하는 업체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넷북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었고, 노트북 부문에서는 세계 2위, 전체 PC 시장은 세계 3위를 기록할 정도로 글로벌 기업으로 변해 있었다.
그렇지만 국내 PC 시장은 녹록하지 않았다. 글로벌 노트북 시장에서 에이서는 2021년 기준으로 레노보, HP, 델, 애플에 이어 5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한국 노트북 시장에서는 삼성, 에이수스(ASUS), LG전자, 애플, 레노버 등에도 밀려 순위권 밖이었다.
IDC 조사에 따르면 한국 PC 시장은 2022년 578만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노트북은 357만대로 약 60%를 넘는다. 4년만에 역성장을 했지만 한국 시장은 여전히 글로벌 PC 제조사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국 시장에서 에이수스와 레노버에도 밀린 에이서가 최후의 카드로 꺼낸 게 한국 법인의 설립이다.
그렇게 해서 22년만인 올해 에이서의 한국 법인이 다시 문을 열었다. 관건은 소비자들의 신뢰도 회복이다. 이를 의식한 듯 한국 법인의 대표로 선임된 웨인 니엔(Wayne Nien)은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법인은 여러 가지 이유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운을 떼면서 “대만 본사는 여전히 한국 시장 진출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은 이유는 서비스 때문이라고 판단해 한성의 전국 10개 직영점을 통해서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며 머지않아 전국에 100개 넘는 서비스센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당장은 신뢰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지속적인 노력을 다하겠다는 웨인 니엔 대표의 발언에 진정성이 느껴진다.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앞으로 에이서가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3년 내 외산 브랜드 톱3에 진입한다는 게 에이서 한국 법인의 목표다. 국내 강자인 삼성전자, LG전자뿐만 아니라 애플과 레노버, 델, 그리고 같은 대만 제조사인 에이수스, MSI 등과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문제는 가격경쟁력인데 이번에 한국 법인 설립을 기념하기 위해 파격적인 할인을 내건 걸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에이서는 2%에 불과한 마진으로 전세계 넷북 시장을 휩쓸었으니 기대해 볼 만하다.
지난해 대비 5배 더 팔 계획이라는 포부 아래 더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최고의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웨인 니엔 대표는 공격적인 영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팝업 스토어 같은 오프라인 매장도 오픈하고 국내에는 아직 선보이지 않은 본사의 가전 제품도 국내에 수입해 판매할 계획이다. .에이서의 올해 거침없는 행보를 지켜보자. 권토중래 선언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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