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에서 스타벅스까지 그리고 차덕분
영종도 차덕분이라는 프리미엄 찻집을 만나다
본문
[리뷰타임스=수시로 리뷰어] 아버지 손 붙잡고 처음으로 갔던 다방에는 자욱한 담배 연기가 가득했고, 푹신하지만 조금은 저렴한 듯한 쇼파 의자가 있었다. 레지라는 아가씨들이 서빙했고, 커피와 프림 그리고 설탕을 직접 타 주는 속칭 다방 커피가 있었다.
기호에 따라 타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이 나오는 다방 커피 그리고 계란 노른자 동동 띄운 쌍화차가 생각난다. 기억에는 나에게 계란 후라이를 커피 대신 가져다준 경우도 있었다.
한옥의 느낌을 살리면서 커피를 담아내는 한옥카페 - 카페하녹(담양소재)
1970년대까지 존재했던 다방 문화
다방의 근원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경주 창림사에 있던 다도실 다연원(茶淵院)이 바로 그 시작이라고 한다. 고려 때는 개경에 많은 다점(茶店)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조선시대에는 궁궐 안에도 다방이 설치되었다고 한다. 물론 궁궐 안에 있는 다방은 영빈관의 개념이었겠지만 말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서울 곳곳에 다과를 만끽한다는 의미의 끽다점(喫茶店)이라고 일본식 다방을 세웠다. 물론 한국인도 곳곳에 다방을 세워 운영했다. 그중에서는 시인 이상이 생계와 문인의 모임 모두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제비다방도 전설처럼 전해진다. 지금은 그 예전 시스템 그대로를 갖춘 다방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료를 찾아보니 1952년 개업한 전주에 있는 삼양다방이 현재 가장 오래된 다방이라고 한다. 서울에는 대학로에 있는 학림다방이 오래된 것으로 유명하다. 1960년대 서울대학교 문리대와 법대가 혜화동에 있던 시절이어서 학림다방은 학생들 모임의 중심이었고, 아직도 혜화동에 자리를 잡고 있다. 또한 신촌에는 독수리다방 등이 유명했다. 그런데 1980년대를 넘어서면서 문화의 트렌드가 레스토랑과 카페로 넘어가면서 다방은 점점 변두리로 밀려났다.
다방이 사라진 자리에는 커피숍과 카페가 자리를 잡았다. 한번 밀려드는 문화적 트렌드는 거대한 파도와 같다. 어느새 눈 떠 보니 주변에는 온통 카페와 커피숍뿐이다. 지금 시대는 스타벅스, 메가커피, 이디야, 파스쿠찌 등 모두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일색이다. 예전에는 만남의 시작이었던 다방과 카페가 이제는 카공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공부하는 곳이 되었고, 회의장소가 되기도 한다. 덕분에 커피 소비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그렇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커피에 중독된 환자가 되었고, 다방은 우리들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스타벅스 창업주가 스타벅스를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우리의 다방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는 소파 테이블. 미국 친구들은 우리 다방에서 영감을 받아 만드는 비즈니스가 잘도 먹히는데 우리는 왜 스타벅스 같은 다방으로 진화하지 못했을까? 스타벅스라는 이름과 로고가 다방보다 더 있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혀 새로운 대안은 없을까 늘 고민하며 다니다 우연히 찾아낸 곳이 바로 영종도 구읍뱃터에서 만난 차덕분(茶德分)이라는 찻집이다.
혜화동에 소재한 학림다방의 지금 모습
고품격 찻집 차덕분
좋은 문화는 자신의 것과 이종 문화를 잘 혼합해 발전해가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창이 팝을 만나 K-POP을 만들고 빌보드를 점령한 것, 영화라는 서구적 메커니즘에 우리 문화를 접목해 오스카와 아카데미 그리고 OTT를 점령하는 것을 보면 우리 민족의 잠재력도 사실 만만치 않다.
그런 가능성을 통해 살펴본 차덕분이라는 찻집. 영종도 구읍뱃터 서해와 인천항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뷰가 있는 곳이다. 건물 8층에 있는데 건물이 해안선 바로 옆, 선착장에 붙어 있어 시야가 좋다. 특히 날이 좋으면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내가 차덕분에서 발견한 것은 단순한 멋진 뷰만이 아니다. 새로운 찻집의 미래였다. 모두가 스타벅스를 외칠 때 차덕분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에 기분이 좋아진다. 차덕분은 차와 우리식 디저트가 메인이다. 물론 커피도 있다. 그런데 스타벅스에 가면 커피가 메인이고 샌드위치와 비스킷만 가득한 것에 비해 차덕분의 새로운 포지셔닝은 우리에게 생각할 것을 던져준다.
프리미엄 찻집 차덕분의 마루가 있는 창가뷰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바다와 하늘이 평화롭다
실내에서 특징적인 것은 창가에 붙어 길게 늘어선 마루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 다과상을 앞에 두고 차를 마신다. 차는 데스크에서 주문하면 각종 다기와 함께 가져다준다. 그러고는 세심하게 차 마시는 과정과 방법을 설명해준다. 물론 창문에서 떨어진 공간에는 테이블도 있다. 한옥 구조를 채용해 우리 몸과 생활에 맞춘 인테리어가 신의 한 수가 아닌가 싶다. 스타벅스나 어디에서도 이런 구조는 보지 못했다.
차는 우리에게 여유를 준다. 커피는 식기 전에 마셔야 한다는 강박을 전제로 하지만, 차는 은은한 따스함을 작은 찻잔에 따라 나눠 마시기에 여유가 있다. 그리고 따뜻한 물이 떨어지면 언제든 다시 채워주니 찻물이 더 우러나지 않을 때까지 마심이 허락된다.
그렇게 여유롭게 차와 하늘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은 자연스레 멈춘다. 그리고 생각도 멈춘다면 마음은 평화로워진다. 근심도 한 줌 구름에 덜어내고, 슬픔도 지나가는 갈매기에게 던져준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평화를 찾는 곳. 진정한 찻집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해준 차덕분에 참으로 덕분이라는 인사를 하고 싶어졌다.
차덕분에서 제공하는 프리미엄 차 세트
아메리카노와 구운 가래떡의 궁합이 아름답다
이런 차덕분같은 곳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스타벅스가 아닌 조용히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눠도 충분한 그런 감성 가득한 곳. 진정한 다방은 이렇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더 나아가 스타벅스가 우리를 점령한 것을 넘어서서 우리가 만드는 다방 문화를 서양에 들고 나가는 것은 어떨까? 솔직히 돈 있는 사업가라면 외국에서 유행하는 것을 들고 들어와 서민의 주머니를 탐하지 말고 거꾸로 우리 것을 들고 나가서 돈을 벌어들여야 하는 거 아닌가? 마치 BTS 처럼 말이다.
<susiro@gmail.com>
<저작권자 ⓒ리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한 회원
김우선I기자 제이대디 라라I리뷰어 TepiphanyI리뷰어 MRMI리뷰어 땡삐I리뷰어 김민철l기자수시로I리뷰어의 최신 기사
-
[서비스리뷰] [식당 리뷰] 분당, 판교지역 추어탕 원탑 청담추어정2024-11-19
-
[서비스리뷰] [식당 리뷰] 남도 갯벌의 진수 세발낙지로 유명한 영암 독천낙지명가2024-11-15
-
[서비스리뷰] [카페 리뷰] 풍경이 그림 같은 곳 '홍차가게 소정'2024-11-12
-
[문화&이벤트 리뷰] [일본 여행]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교토 청수사 (유네스코 세계유산)2024-11-10
-
[서비스리뷰] [식당 리뷰] 담백한 이북식 손만둣국, 미필담2024-11-07
-
[서비스리뷰] [식당 리뷰] 국도변 맛집, 반찬이 화려한 점동숯불갈비2024-11-05
-
[서비스리뷰] [식당 리뷰] 쫄깃한 감칠맛 보리굴비 맛집 일산 토속촌2024-10-24
-
[서비스리뷰] [식당 리뷰] 년 매출 8억, 뼈가 통으로 들어간 맑은 뼈칼국수2024-10-21
댓글목록12
땡삐I리뷰어님의 댓글
수시로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
점심 먹은 후 다들 아메리카노 하나씩 뽑아 돌아다니는 거 보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수시로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라라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라라I리뷰어님의 댓글
MRM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라라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TepiphanyI리뷰어님의 댓글
수시로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MRMI리뷰어님의 댓글
수시로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