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리뷰] 폐장을 앞둔 100년 역사 대전 유성호텔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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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테피파니 리뷰어] 얼마전 기사에서 대전 유성호텔이 문을 닫는다는 뉴스를 읽었어요. 이 소식이 저를 유성호텔로 이끌었죠. 과거 언젠가 가본 것 같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는 유성호텔을 없어지기 전에 한번 가봐야겠다고요. 특히 겨울이 가기 전에 온천물에 몸도 지질 겸 해서요. 기사를 보니 다행히 유성호텔이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리뉴얼 된 고급 온천 호텔로 거듭 태어난다고 하네요. 그래도 지금의 호텔 건물은 없어질 것이니 한번 가보자고 가족을 설득했어요.
서울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 밖에 되지 않으니 이동에도 부담도 되지 않고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베이커리 중의 하나인 성심당 본점도 가보자는 명분으로 유성호텔 탐방기가 시작됩니다.
유성호텔은 1915년에 설립되어 100년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기사에 의하면 당장 폐장되는 것은 아니고 내년 초까지는 운영을 한다고는 하지만 100년 넘는 호텔이 없어진다니 아쉽기도 하네요. 유성구 안에 있는 유성호텔은 원탕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온천입니다. 나무위키에 의하면 유성 온천에는 3곳만이 원탕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시설들은 공용공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원탕이 좋겠죠. 참, 유성구의 원탕은 유성호텔과 계룡스파텔, 경하온천호텔 뿐이라고 합니다.
유성호텔 근처는 꽤 도시화가 이루어져서 커피, 음식 등 대부분의 국내외 유명 브랜드가 들어와 있네요. 놀라운 점은 바로 인근에 아파트도 많아서 근처에 사는 분들은 온천을 자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좋겠어요. 호텔은 별관 포함하여 8층짜리 건물이며, 대온천장과 행사장도 있어서 결혼식이나 기업 행사도 많이 진행되네요. 가는 날에도 기업 행사들이 있었고, 대온천장을 가는 손님들도 볼 수 있었어요.
유성호텔은 100년이 넘었지만 지금 보는 건물이 100년이 된 것은 아니네요. 호텔에 전시된 사진을 보면 초기에는 현재보다 작은 규모의 호텔이었고, 건축물도 유럽에서 보는 듯한 양식입니다. 위치도 지금의 장소는 아니었나 봅니다. 1966년에 현 위치로 이전을 하면서 신축했고, 지금의 인테리어는 1992년에 증축하면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보는 호텔은 3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죠. 진짜 100년 전 건물과 객실을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호텔의 내부는 한마디로 올드합니다. 건물 외관에서도 느껴지듯 80년도로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입니다. 로비의 천고는 낮고, 작습니다. 호텔이라기 보다는 연수원 같은 느낌이네요. 그래도 체크인을 하는 직원들은 친절했습니다. 어려운 코로나 시기를 견뎌낸 직원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끊이지 않습니다. 없어진다는 소식에 몰려든 손님들인지, 원탕을 즐기러 온 손님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체크인을 하는 손님도 제법 있었습니다. 객실 상황을 물어보니 만실은 아니지만 대부분 찼다고 합니다. 코로나의 고생을 만회했으면 좋겠네요.
100년 호텔이라고 하여 금동으로 된 열쇠를 받을 줄 알았는데 카드키를 받고 객실로 올라갔습니다. 어두운 색의 카페트가 깔린 좁은 복도를 따라 가니 오래된 호텔이 실감납니다. 온돌방이 모두 예약 완료되어 침대가 있는 슈페리어 패밀리 룸으로 갔어요. 객실 내부는 깔끔하고 브라운 톤의 인테리어는 100년 호텔 치고는 무난했습니다. 8층 밖에 되지 않고 주변에 더 높은 건물들이 많이 창 밖 뷰는 별로 볼 것이 없습니다. 한번 창문 열어 본 후에는 계속 커튼을 치고 있었어요. 코로나 이전에 갔던 일본 나리타 공항 근처에 묵은 오래된 호텔의 인테리어가 생각나네요.
오래된 호텔이라고 하여 불편하거나 부족한 것은 없었습니다. 냉장고에는 생수와 함께 웰컴 음료로 바나나맛 우유와 코초파이가 있었고, 와이파이 잘 터지고, 화장실 비데도 잘 동작했어요. 하지만 조금만 디테일을 보면 역시 오래된 호텔을 실감하게 됩니다. 욕실의 지워지지 않는 물때와 가구와 문의 스크래치, 지금은 구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 문 자물쇠 등 요즘 호텔과 비교하면 청소 상태나 객실 상태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것은 온천 목욕이었습니다. 원탕 호텔답게 욕실의 물도 온천수여서 대온천장을 갈 필요가 없었고, 객실 온도도 너무 더워서 창을 조금 열어 둘 정도였습니다. 올드한 인테리어와 부실한 청소 상태 등 모든 것을 원탕이라는 장점으로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가지 단점은 방음이네요. 역시 오래된 호텔이라 그런데 옆방의 소음이 너무 잘 들립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 관광객이 많아서 늦은 밤까지 복도의 시끄러운 대화, 문 닫는 소리가 마치 옆처럼 들립니다. 잠귀가 밝은 분들은 힘들 것 같아요.
따뜻한 목욕과 배부르게 먹은 성심당 빵으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아침 기대하던 조식을 먹으로 갔습니다. 호텔의 백미는 조식이잖아요. 유성호텔의 조식은 기본기는 갖췄지만 5성급 호텔의 메뉴는 아니었습니다. 오므라이스, 베이컨, 샐러드, 빵, 국 등 조식으로 있어야 할 것은 모두 있었지만 유성호텔만의 특성을 보여줄 메뉴는 없었습니다. 이벤트 할인을 받은 조식 가격이라 불만은 없지만 정가였으면 아쉬웠을 뻔했습니다.
유성호텔은 원탕이라는 장점과 문을 닫을 것이라는 한정판 이유를 뺀다면 가성비가 높지 않습니다. 저는 유성온천을 방문할 명확한 명분을 가지고 숙박했지만 그런 계급장을 떼고 갔다면 실망을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대전의 명물인 성심당과 물총칼국수를 먹은 기억을 간직하고 유성호텔 리뷰를 마칩니다.
<blog.naver.com/lee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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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도I기자님의 댓글
Tepiphany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MRMI리뷰어님의 댓글
Tepiphany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수시로I리뷰어님의 댓글
인간이 노화되어 하늘로 가는 것처럼.. 생명력이 없어진 호텔은 좀 을씨년스럽네요. ㅜㅜ
Tepiphany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