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리뷰] 요정이 나올법한 신비한 이끼계곡, 가리왕산 이끼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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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유독 더운 듯 합니다. 그래도 그늘진 숲에 들어오면 생각보다는 시원합니다. 숲이 주는 큰 선물 가운데 하나죠.
이런 숲 가운데 이끼 가득한 폭포가 신비오운 분위기를 느끼게하는 이끼 계곡이 있답니다. 이끼 가득한 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시원한 계곡물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고, 초록색과 물의 시원한 그림이 눈을 즐겁게 하죠. 게다가 계곡앞에서면 에어컨 바람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시원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이끼계곡으로 유명한 곳이 몇 곳 있습니다. 평창 구룡산과 산동산 계곡에 있는 상동 이끼계곡, 삼척 육백산 무건리 이끼계곡, 그리고 이 두 곳과 더불어 삼대 이끼계곡으로 꼽는 곳이 정선 가리왕산 이끼계곡입니다.
가리왕산은 높이 1,561m로 우리나라에서 아홉번째로 높은 산으로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이기도 합니다. 태백산맥에 속하고 근처에 청옥산과 두타산 등 높은 산이 많습니다.
가리왕산은 이름 때문에 유독 고생을 한 산이기도 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맥국(貊國)의 갈왕(葛王 또는 加里王)이 이곳에 피난하여 성을 쌓고 머물렀다고 하여 갈왕산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가리왕산이라는 한자를 본디 글자인 加里王山이 아닌 加里旺山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제 침탈의 흔적이 산 이름에도 있었던 것이죠.
다행히 2003년 본디 이름인 加里王山으로 변경되었는데 문제는 정상적은 여전히 예전의 일본식 한자로 그대로 되어있다보니 누군가 파손해 놓는 등 수난이 많았습니다. 최근에 아예 한자를 없애고 한글로만 산 이름을 적은 정상석을 세웠습니다. 아마 가리왕산 산신령님이 계시다면 아마 할말이 많으실 듯 합니다.
가리왕산 이끼계곡은 차도가 이어지는 장구목이 입구에서 시작하는 편도 약 4.2Km의 등산로입니다. 모두 9개의 폭포가 이어지면서 눈과 귀가 즐거운 것은 물론, 이끼 계곡의 폭포 앞에 서면 자연이 만든 시원한 에어컨이 산객의 더위를 식혀줍니다. 알탕이나 족탕이 힘들 정도로 차가운 물에 수량도 풍부해 여름철 산행지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입니다. 휴대전화 통화가 되지 않는 오지 가운데 오지이고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이끼 계곡을 제외하고는 딱히 볼 것이 별로 없고 조망도 없는 단조롭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끼 계곡이 끝나고 정상으로 4~500미터의 급경사 길은 제가 등산하면서 올라본 길 가운데 손꼽힐 정도로 힘든 경사로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올라갔는데 그 수고에 비해 풍경은 별로 없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여기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 종목을 위해 슬로프를 만들고 케이블카를 놓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최고의 원시림 가운데 하나인 이 산의 약 3%에 해당하는 나무를 베어냈습니다. 불과 3%라지만, 나무 수량으로 따지면 거의 6만 그루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나무를 잘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100대 명산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하네요. 이름만 그런 줄 알았더니 아직 가리왕산의 수난은 끝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케이블카는 원래 2024년 12월까지만 운영되고 철거될 예정으로 허가를 받았는데, 정선군과 강원도에서는 이곳을 돈을 많이 들이고 어렵게 만든 시설이니만큼, 국가 정원으로 개발하고 케이블카를 관광자원으로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선도 최고 기온이 36도로 무척 더워 정상 대신 말 그대로 이끼 계곡만 가볍게 다녀왔습니다.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 왕복 2시간 남짓이면 충분히 멋진 이끼 계곡을 즐기기에 충분한 코스입니다. 특히 여름에 좋을 듯합니다.
이 구간은 따로 주차장이나 편의 시설은 없습니다. 장구목처럼 좁아지는 곳이라고 해서 장구목이라고 불리는 들머리 부근에 조심해서 주차하고 등산을 시작합니다. 별다른 편의 시설이 없으니 미리 정비하고 준비하고 오셔야 합니다.
등산로에 접어들면 국내 최고의 원시림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해를 보기 힘들 정도로 깊고 깊은 숲길이 이어집니다. 초록하다 못해 한낮임에도 검은 초록의 느낌이 날 정도입니다.
산길 옆쪽으로 계곡과 폭포가 계속 이어집니다. 스마트폰 안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물소리가 엄청납니다.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신비로운 이끼 폭포를 만날 수 있습니다. 폭염 경보로 35도를 넘어섰지만, 폭포 앞에 서면, 마치 에어컨을 켠 듯 시원합니다. 진심으로 더 올라가기 싫을 정도로 시원한 바람에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서너 번째 폭포쯤, 앞서 오르던 이들의 감탄사가 터집니다. 그냥 나무로 만든 작은 다리인데 이렇게 멋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멋진 폭포입니다. 자연이 주는 이런 멋진 선물을 이렇게 즐겨도 되나 싶을 정도로 멋진 곳이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닌 듯 내려오며 보니 사진 찍으려고 줄을 섰더군요.
초록색으로 덮인 이끼 사이로 흐르는 폭포를 보다 보니 요정이 나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멋지고도 시원한 풍경입니다.
오르며 보니 사진 작가분들도 많이 오셨더군요. 참고로 제대로 된 폭포나 계곡 사진을 위해서는 삼각대 필수죠. 대충 9번째 폭포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옵니다. 발을 담갔는데 1초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차가운 물입니다.
참고로 이곳 계곡은 대부분이 통화 안 되는 곳이 많으니 미리 알아두세요.
안전하게 하산한 다음 옷도 갈아입고 화장실도 이용하려고 3km 정도 떨어진 케이블카 탑승장 들러봤습니다. 식당, 매점, 화장실 등 시설이 참 좋았습니다. 케이블카를 타지는 않았는데, 시설이 너무 좋아 이걸 없애기도 참 고민이 클 것 같습니다. 국가정원을 만든다고는 하는데 산 속에 굳이 정원이 필요할까 싶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신비로움이 가득한 이끼 계곡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bear0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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