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전,란…킬링타임용이지만 곱씹어 볼만한 스토리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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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넷플릭스 개봉 전, SNS 상에 ‘기대된다’는 몇몇 글에 개봉하자마자 바로 정주행을 했다. 중간에 일어서면서 ‘참 고루하다’고 느꼈지만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는 것 하나만 믿고 끝까지 다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본은 한 영화지만 그렇다고 썩 잘 만든 영화 같지는 않다. 그렇고 그런 킬링타임용 영화다. 시간 때우는 영화로 적당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맞다. 잔치의 스케일은 어마무시하다. 왜 이런 거대한 영화를 만들면서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넷플릭스를 택했을까, 잠시 의문을 가졌는데 영화를 보자마자 얼마되지 않아 그 의문이 풀렸다.
플레이를 선택하기 전 성인 인증을 받아야 할 만큼 자인한 장면들과 돈을 엄청나게 쏟아부은 티가 나는 컴퓨터 그래픽, 주조연 할 것 없이 빵빵한 캐스팅을 해서 엄청난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만들었다. 경복궁이 불에 타 무너져 내리는 장면은 정말 실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리얼했다. 하지만 재미와 완성도 측면에서는 글쎄요다. 극장에 걸었다면 제작비 회수는커녕 백만 관객도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내려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왜 그럴까? 우선 배우의 미스캐스팅이다. 강동원이 멋진 배우인 것만은 인정한다. 하지만 강동원이 그동안 출연한 수많은 영화에서 진지함을 찾기란 쉽지 않다. 코믹에 어울리는 그는 전란이라는, 다분히 웅장하고 숨조차 쉬기 힘들 것 같은 복수에 불타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다.
선조의 역할로 나온 차승원은 초반에는 아니올시다였다. 왕의 역할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승원을 왜 캐스팅했지? 하고 생각했다가 영화 후반부에 가서야 아, 이래서 차승원을 썼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돌팔매질 당해도 아깝지 않은 선조스러운 역에는 정말 차승원을 능가할 배우가 있을까 싶다. 박정민은 정말 나무랄 데 없는 열연을 펼쳤다.
영화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 보니 영화 자체에 대한 평은 여기까지다. 난 스토리에 방점을 찍고 싶다. 임진왜란이나 민란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너무도 많다. 이 영화는 그 자체로 봐서는 별로인데 그 안에 담고 있는 스토리와 메시지 전달로 본다면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하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다.
영화 초반부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임금과 백성은 대동하다”이다. 조선시대가 그러했고, 현대사 역시 마찬가지다. 백성은 왜적과 싸우는데, 왕은 백성과 싸운다. 그게 선조였고, 그게 현실의 대통령이라고 영화는 말해주는 듯하다. 맹하고 헛웃음 터지는 왕 연기에 왜 차승원을 썼는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불 타오르는 경복궁을 바라보면서 선조 차승원은 “누가 궁에 불을 질렀느냐, 뭐? 내 백성이? 아니…왜?” 라고 말하는 모양새는 영락없는 현실의 누군가와 닮아 있다.
또 도망치는 선조가 대동강인지, 임진강인지 어느 강을 건너면서 나루도 없애고 배도 없애버리라고 지시하는 대사는 국민들에게 서울을 사수할 테니 가만히 있으라면서 한강대교를 폭파하고 도망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의 모습 그대로다. 왜적을 무찌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의병을 오히려 참수하는 장면은 해방 후 독립군 가족을 멸하고 일본 앞잡이들만 득세한 우리네 부끄러운 역사와 맞닿아 있다.
어쩌면 감독은 영화적 완성도 보다는 메시지 전달에 더 힘을 쏟았는지 모르겠다. 역사는 말한다. 지도자 한 명의 됨됨이가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해왔다고 말이다. 영화 후반부 안개에 휩싸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형국이 지금과 너무 똑같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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