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리뷰] 은평구 천년고찰 진관사에서 아들의 수능 합격을 기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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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서울에는 유명한 사찰이 많다. 봉은사와 조계사는 서울 시내에 위치해 있어 가장 많이 알려진 사찰이고 길상사, 도선사, 봉원사, 화계사 등이 서울에 있는 사찰 중에서 유명한 곳이다. 서울 근교에는 4대 사찰로 알려진 절이 있다. 동쪽엔 불암사, 서쪽엔 진관사, 남쪽엔 삼막사, 북쪽엔 승가사가 있다.
올해 들어 사찰을 자주 갔다. 아들의 수능 시험이 있는 까닭이다. 전국의 기도빨 좋다는 사찰은 시간 날 때마다 다녀왔다.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리라. 지난 주말엔 은평구에 있는 진관사에 다녀왔다. 진관사는 처음 가본 사찰이다. 하나고등학교가 워낙 유명해 그 앞은 몇 번 지나가봤지만 진관사에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몇 년만에 가본 그 동네는 초입에 은평구 한옥마을이 으리으리하게 들어서 상전벽해를 방불케 했다.
하나고 건너편 진관사의 돌 표지판이 있는 길 좌우로는 한옥마을이 들어섰다. 보여주기 위한 한옥마을이 아니고 여기는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를 한다. 주거 단지 형태로 한옥마을을 조성했고 고급빌라처럼 분양을 했다. 길 양옆으로는 한옥으로 된 편의점과 커피 전문점, 식당들을 볼 수 있다.
진관사에 가려면 주차를 해야 하는데, 진관사 내 주차장은 신도만 차를 댈 수 있다. 일반인들은 진관사 입구에 있는 한문화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입차 30분 미만은 무료이고 2시간 미만은 30분당 500원, 2시간 이상은 15분당 1000원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한문화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나오면 삼각산 진관사라고 쓰여진 일주문을 만난다. 삼각산은 북한산의 다른 이름으로, 백운대, 인수봉, 만경봉의 세 봉우리를 일컫는 이름이다. 옛날에는 북한산보다는 삼각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진관사는 현대사에서 남겨진 일화가 하나 있다. 1968년 1.21 사태, 김신조 무장공비의 침투로였다는 것도 유명하다. 31명의 무장공비들은 휴전선 철책을 뚫고 시간당 10km의 속도로 파평산, 노고산 등을 거쳐서 내려왔는데 진관사라는 절을 만나 주춤했다고 한다. 침투 전에 교육받을 때는 진관사라는 절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장공비들은 진관사 때문에 돌아가느라 시간이 느려져 결국 발각되어 사살됐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진관사는 조계사의 말사로 신라 진덕여왕 때 처음 지어졌다는 설이 있지만 고려 초에 진관이라는 승려가 홀로 수행하던 신혈사라는 이름의 암자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후 선종, 숙종, 예종 등 역대 왕들이 참배하고 각종 물품을 보시하는 국찰로 발전했다. 근대로 들어선 이후에는 항일독립운동의 거점 사찰이었고 2009년 칠성각 해체복원 중 독립신문 등 항일 신문 19점을 보자기 형태로 싼 태극기가 발견되어 주목을 받았다.
이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4괘와 태극을 먹으로 덧칠한 것으로 대한민국 상해 임시정부에서 제작해 3.1 운동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찰에서 최초로 발견된 일제 강점기 시절의 태극기이고 일장기 위에 그린 유일한 태극기라는 점에서 2021년에 보물로 지정되었다.
일주문을 지나 극락교와 해탈문을 지나면 왼편에 바위에 조각된 아미타불을 만난다. 아미타불 위엔 수많은 동전들이 놓여 있다. 아미타불을 지나 오른편으로 계곡을 끼고 오르면 초가집으로 된 연지원이라는 카페가 있다. 진관사는 보기 드물게 비구니 사찰로 유명한데 여승들이 있어서인지 한국 사찰음식의 본거지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진관사 내에는 산사음식 연구소가 마련되어 있는데 외국 셰프들이 한국 사찰 음식을 연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사찰 음식 중에서도 두부가 유명한데 진관사는 조선시대부터 두부를 만들던 사찰이었다고. 바이든 대통령의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도 이곳을 들러 사찰 음식을 체험하고 간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진관사에서는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엄청나게 큰 규모의 장독대를 볼 수 있다. 사찰 음식으로 유명해서인지 연지원 카페에서 마시는 시그니처 메뉴 대추차는 지금까지 마셔본 대추차 중에서 가장 진한 맛으로 남아 있다. 단팥죽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점심 전이라 다음을 기약했다.
카페 건너편 계곡을 가로지는 세심교 너머엔 템플스테이가 있다. 템플스테이는 일반인 출입 불가 지역이다. 그 아래 소나무 숲 사이 공터엔 진관 스님이 축조한 것으로 알려진(기록에 남아 있지는 않다) 5층 석탑이 있다.
이제 진관사 대웅전 경내로 들어가보자. 알록다록 등이 달려 있는 홍제루 아래로 들어가면 계단 위 대웅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웅전 옆으로 지장보살을 모신 명부전이 있고 그 옆에 나한전과 태극기가 발견된 칠성각, 독성전 등이 있다. 대웅전 왼편으로는 나가원이 있고 그 앞에 범종이 걸려 있는 동종각이 있다. 아내는 대웅전에서 아들 수능을 위해 백팔배를 했고, 나는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나한전에서 구배를 올렸다.
대웅전 옆에 있는 나가원 옆으로 들어가면 수십 개의 장독이 늘어선 장독대가 있고 그 옆에 향적당이라는 건물이 보인다. 산사음식 체험관으로 외국 VIP들이 오면 주로 여기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그 옆에 해우소가 있는데 해우소 들어갈 때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하는 게 특이하다.
서울에 위치한 사찰이지만 아담하면서도 꽉꽉 들어찬 느낌이다. 올해 아들 수능을 위한 백팔배 사찰 투어는 이걸로 마친다. 백팔배가 얼마나 효험이 있을지 기대해본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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