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리뷰] 봄소식 전하는 제비를 만날까? 월악산 제비봉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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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곰돌이아빠리뷰어] 3월이면 봄이 오는 것 같습니다. 멀리 남쪽 땅에는 매화며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기도 합니다. 학교도 긴 겨울 방학을 끝내고 개학하는 시절이니 2월까지는 겨울, 3월까지는 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자연의 시간표를 인간의 시계로 재단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3월이면 꽃이며 봄소식에 괜스레 마음도 들뜨고, 옷차림도 얇아지는 시기입니다.
봄을 상징하는 것은 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속담처럼, 제비나 꿀벌 역시 봄을 상징하는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꼭 그래서인지 몰라도 월악산에 속한 제비봉에 올라서 보았습니다.
수많은 봉우리 이름이 있지만 새 그러니까 조류이름을 딴 것도 제법 있습니다. 매 이름을 딴 응봉이 제일 흔하고, 독수리처럼 생긴 것은 취봉, 취암이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매바위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흔한 편이죠. 꿩에서 이름을 따온 치악산도 있네요. 그 가운데서도 제비봉은 이름이 독특합니다.
제비봉은 충주댐으로 만들어진 충주호에서 배를 타고 보면 마치 바위 모습이 제비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네요. 유람선에서 직접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조상님들의 센스가 넘치는 이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 제비를 잡으러 출발해 볼까요?
제비봉은 등산코스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높이도 721m로 그리 높지 않고 대부분 올라갔던 길을 그대로 내려오는 원점 산행을 하는 데다가, 왕복 길이도 4.5km 정도로 길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찔한 경사의 계단, 바위가 많아 장비를 잘 갖추고 올라야 하는 등산로이기도 합니다. 물론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곳이라 정비는 잘 되어 있지만 운동화로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코스는 결코 아닙니다.
처음부터 계단을 열심히 오르면 15-20분만 에 멋진 풍광을 보여줍니다. 산과 호수의 조화는 말 그대로 수묵담채화의 그것을 보는 듯합니다. 이렇게 짧게 올라왔는데도 이런 멋진 경치를 보여주는 곳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경치입니다. 강과 호수의 색은 깊은 에메랄드빛이고, 산은 겨울을 벗고 초록을 띠고 있습니다. 곳곳에 바위는 날카로움을 더하고 하늘은 물빛과 대비를 이룹니다. 잔잔한 호수에 비친 산의 반영을 보는 것도 이 제비봉 등산이 주는 즐거움입니다.
제비봉은 월악산이라는 악산에 속한 곳이다 보니 바위 지대와 계단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런 계단이 없었던 예전에는 과연 우리 조상님들은 어떻게 이런 멋진 곳을 등산하셨나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계단을 오르며 뒤를 돌아볼 때마다 아찔한 느낌이 듭니다.
고소공포증이 있으신 분들은 아찔함을 느끼실 수 있을 정도입니다. 몇 단으로 이뤄진 계단은 끝이 보이지 않는데, 그래서 누군가 산객이 마지막 긴 계단은 천국의 계단이라는 별명도 붙여 두었습니다. 천국처럼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는 급경사의 길이라는 뜻과 그곳에서 보는 경치가 천국 못잖다는 뜻도 모두 담았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중간쯤 바위 능선 지대를 비롯해 이곳 제비봉에는 유독 소나무가 많습니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솔잎혹파리를 비롯한 수많은 병충해와 기후 변화로 예전처럼 소나무가 많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것은 역시 소나무입니다. 제비봉 주위에는 유독 붉은 빛을 띠는 적송이 많습니다. 따로 심은 것도 아니고, 심을 수 있는 것도 아닌 절벽과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사계절 모두 푸르름을 뽐내는 소나무는 제비봉의 멋진 경치를 완성하는 듯합니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니 이번에는 고사목도 보입니다. 수명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멋진 자태로 산객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약 1km를 올라오면 이제 제비봉은 완전히 다른 산으로 변신합니다. 지금까지 멋진 호수와의 하모니를 이뤘던 돌산이었다면 정상까지 1.3km 정도는 숲길과 약간의 바위로 과연 같은 산이 맞나 싶어질 정도입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거나 풍광에 관심 있으신 많은 분은 여기까지만 오르고 마는 일도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어 오르면 제비봉 정상입니다. 자연석을 그대로 살린 아담한 정상석이 지친 산객을 맞이합니다. 여기에도 멋진 전망대를 만들어 두기는 했지만 보는 경치는 올라올 때 봤던 것에 비하면 조금은 시시합니다. 조금은 밋밋할 수 있는 경치를 역시 멋진 소나무들이 멋진 조화를 이뤄줍니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왔던 길의 역순입니다. 보통 원점회귀코스는 산객들이 그리 반가워하는 코스는 아닙니다. 뭔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아까 보았던, 만났던, 올랐던 길을 내려가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비봉의 원점 하산길은 기대가 큽니다. 오를 때는 뒤돌아보았던 경치를 이제는 정면으로 내려다보며 하산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를 때 이미 찍었던 그 경치, 그 장소지만 다시 한번 마음과 기억과 그리고 카메라에 담아 둡니다. 그럴 가치가 충분한 경치입니다.
제비봉은 흔히 가을 단풍에 유명한 곳입니다. 사실 단풍이 피면 이쁘지 않은 곳이 얼마나 있을까요? 단풍이 없고, 겨울은 지나가고 봄이 막 오는 계절의 제비봉도 너무나도 멋진 곳입니다. 소나무 숲과 바위 그리고 산과 호수가 모두 멋지면서 조화를 이루는 곳이 바로 월악산 제비봉입니다. 짧은 봄이 지나기 전에 제비 만나러 오시는 것은 어떨까요?
<bear0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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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4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
저희는 아직 2~3년 남아서 이제 비상시국이라 어디 다니질 못하네요.
부러울 뿐입니다. ㅎㅎ
MRMI리뷰어님의 댓글
TepiphanyI리뷰어님의 댓글
수시로I리뷰어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