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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뷰] 강릉 산불, 여행이 최고의 기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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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테피파니 리뷰어] 지난 4월 11일 화마가 닥친 강릉을 최근에 여행하고 왔습니다. 한 달 전에 KTX를 예약한 상태에서 산불로 인해 여행을 취소할까도 생각했지만, 여행을 취소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지역 경재를 살린다는 뉴스를 보고 가 보기로 했죠. 결론은 10점 만점에 10점짜리 여행이었습니다.

 

강원도행 KTX가 개통된 이후 강릉까지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어서 차량을 이용하는 것보다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운전하지 않으니 피로감도 확 줄어들더라고요. 잠시 눈을 부치니 벌써 강릉역이 보입니다. 강릉역은 처음 가보는데 원형으로 지어진 현대적인 건축물이 이번 여행이 왠지 멋질 것이라는 느낌을 주네요.

 

 

강릉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강릉향교에 갈 수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 제사와 유학 교육을 담당했던 교육 기관으로, 강릉 향교가 유명한 이유는 한국 전쟁에서도 피해를 입지 않아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명륜당은 국내의 향교 명륜당 중에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합니다. 공중에 뜬 누각 형식으로 된 독특한 건축물로 내부를 개방하지 않아 안을 볼 수는 없었지만 폐백실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대관을 했던 것 같네요.

 

 

강릉시립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베이글 전문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동이 적은 도로에 있어서 지나치기 쉬운 장소에 있는데다 간판도 눈에 띄지 않아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할 정도네요. 하지만 내부는 반전이었습니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가지런하게 진열된 베이글은 한눈에도 잘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인 소금 베이글을 사서 미술관 가는 길에 먹었는데... 후회가 됩니다. 너무 맛있어서 더 사올 걸하고 가족 모두 후회를 했어요. 서울에서도 이 정도 베이글은 만나기 어려운데 말이죠. 강릉가시면 마카모예 베이글바를 한번 가 보세요. 추천합니다.

 

 

강릉시립미술관을 찾은 이유는 4월 말까지 그래피티 전시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하면 그 지역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꼭 찾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보물을 발견하기 때문이죠. 미미, 오리지날 펑크, 스톤락, 실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전시회에서는 벽에 무심하게 그린 그래피티라기 보다는 액자나 조형물, 홀로그래픽 등 길거리 예술의 진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감각적인 그래픽과 강렬한 색감으로 여행에 에너지를 얻었어요.

 

 

미술관을 내려와 월화거리를 지나면 감자바우칼국수에서 독특한 장칼국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이 곳은 강릉의 대표 시장인 중앙 시장에서 5분도 안 걸리는 곳에 있습니다. 2층에 있는 식당은 겉에서 보면 작은 공간으로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대부분의 자리가 만석일 정도로 손님이 많았습니다. 점심이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계속 손님들이 들어오네요. 눈치를 보니 대부분 외지인들 같습니다. 모두들 저와 같은 마음으로 강릉 살리기 여행에 동참하는 사람들 같습니다.

 

장칼국수는 강원도 정선에서 먹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정선 지역에서는 고추장 맛이 많다면 감자바우칼국수는 표고버섯의 풍부한 향과 맛으로 마치 고기국물과 같고 농도도 걸쭉합니다. 어디가 더 좋다기 보다는 감자바우칼국수 만의 특징인 것 같습니다. 감자 옹심이도 추천합니다. 특히 옹심이의 식감이 쫄깃함과 부드러움 두 가지를 모두 잡고 있어서 놓치면 안 되는 메뉴입니다.

 

 

 

점심도 든든하게 먹었으니 커피를 마셔야죠. 강릉하면 커피인데, 그냥 갈 수 없죠. 감자바우칼국수에서 남문동 방향으로 7분 정도 걸으면 오월커피가 있습니다. 이 근처는 가구점이 많은데, 사이사이 독특한 커피샵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오월커피입니다. 오래된 나무 집을 개조해서 만들었는데 일본식 건물 같기도 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50년 전으로 날아간 것 같네요. 오월커피의 원두는 산도가 좀 있습니다. 저는 신맛 보다는 고소한 맛을 선호하지만 산도가 세지 않아 거부감은 없어요. 여기는 아인슈페너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아이스크림에 미숫가루와 같은 맛이 숨어있어 특이합니다.

 

 

커피를 마시며 다리를 쉬게 한 후 체력을 다져 다시 움직여 봅니다. 오월커피에서 도보로 5분 정도면 칠사당과 강릉대도호부관아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칠사당은 농사, 병무, 세금 등 7가지 업무를 보는 관청이며, 강릉대도호부관아는 공무원의 숙소 같은 곳으로 중앙 관리가 출장오면 머무르는 곳이라고 합니다. 도심 한복판에 이런 고풍스러운 건물이 있나 싶을 정도로 큰 도로 한 켠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특히 칠사당의 입구에 펼쳐진 건물은 공중에 띄워진 한옥으로 규모도 웅장할 뿐 더러 비록 세월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품위가 느껴지는 멋진 건축물입니다.

 

 

여행에서 시장을 빼 놓을 수 없죠. 칠사당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중앙시장에 도착합니다. 강릉에는 중앙시장이 대표 시장이라고 합니다. 성남시장도 있는데 두 곳이 같은 장소에 있어서 어느 곳을 말해도 쉽게 찾아 갈 수 있습니다. 시장의 메인 도로인 먹거리 장터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다양한 길거리 음식 중에서 대표 메뉴로는 닭강정이 있습니다. 속초에도 닭강정이 유명한데, 강릉도 이에 못지 않네요.

 

저는 보성닭강정과 배니닭강정 두 곳에서 구입해 봤습니다. 가격은 동일했지만 소스는 전혀 달랐어요. 배니닭강정이 좀더 옛날 양념 소스 맛이라면 보성닭강정은 소스가 순화되고 부드럽습니다. 둘 다 취향의 차이가 있겠지만 저희 가족은 보성닭강정이 더 잘 맞는 것 같네요. 닭강정 말고도 놀랄 호떡도 눈에 띕니다. 특허까지 받았다는데, 호떡을 아이스크림에 찍어 먹는 방식입니다. 그냥 호떡과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딱 그 맛입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이 일반 소프트아이스크림보다는 단단하여 빨리 녹지 않아 뜨거운 호떡을 찍어 먹기 좋았습니다. 아마도 아이스크림 성분에 특허가 있는 것 같네요.

 

 

중앙시장에서 조금만 걸으면 만동제과가 있습니다. 겉에서 보면 간판을 쉽게 볼 수 없어서 지나치기 쉽습니다. 저도 바로 앞에 두고 한바퀴를 돌아 겨우 찾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제지를 당했어요. 한 번에 두 팀만 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매장이 협소해서라고 합니다. 마침 안에 두 팀의 손님이 있어서 2분 정도 기다렸다 들어갔네요.

 

여기는 마늘바게트가 유명합니다. 일반 마늘바게트는 마늘 소스를 발라 굽잖아요. 여기는 마늘 소스에 바게트를 담그는 것 같습니다. 마치 바게트를 스프에 담궈 부드럽게 해서 먹는 것처럼, 마늘 소스 향이 진하면서도 바게트가 부드러워서 살살 녹습니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좀 달아서,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많이 먹지 못할 것입니다.

 

 

미술관과 전통 건축물, 시장과 커피까지 시내 지역을 두루 섭렵한 후 강문해변으로 이동했습니다. 강릉은 역시 바다죠. 몇 달 만에 보는 바다지만 언제나 봐도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쉴 새 없이 흩어지는 파도를 멍때리고 보다보면 마음이 평온해 지다니요. 사실 산불이 난 지역을 가 보려고 했지만 가봐야 마음만 아프고 제가 할 일도 없을 것 같아 경포대 근처의 해변으로 갔습니다. 시내보다는 사람이 적었지만 제가 생각한 것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해변에서 즐기고 있었습니다. 강문해변에서 파도 멍때리기를 마치고 경포호 주변을 산책하면서 강릉의 멋을 체감했습니다. 산과 바다, 역사와 커피가 함께 하는 강릉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머무르지 못하고 당일 여행으로 강릉을 즐겼지만 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여 산불로 힘든 강릉 시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면 좋겠습니다.

<blog.naver.com/lee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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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2

안병도I기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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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도I기자
2023-04-27 09:19
강원도 여행 조만간 하려고 했는데 이 글을 보니 강릉에 갈 때 도움이 많이 되겠네요. 잘 봤습니다!

Tepiphany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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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piphanyI리뷰어
2023-04-28 08:58
네~ 제가 소개한 베이커리와 커피는 한번 꼭 가보세요. 오월커피 바로 옆에 커피 홍보관이 있는데 무인으로 운영되니 거기도 들어가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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