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엑스포 서울 2022, 귀와 눈이 모두 즐거운 하이엔드 음향기기 전시회 > 문화&이벤트 리뷰

[리뷰타임스=안병도 기자] 예전에 좀 잘 사는 집에 가면 거실에 하나씩 있는 큼직한 기기를 볼 수 있었다. 검은 원판이 테이블 위에서 돌아가면 그 아래 차가운 금속형 사각형 물체 안쪽에 있는 바늘이 좌우로 움직인다. 그러면 나무로 된 큼직한 사각형틀 안에서 움푹 들어간 검은 원추형 물체가 붕붕 하고 진동하면서 환상적인 음악을 들려주었다. 보통 미니 컴포넌트, 혹은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으로 불리는 가전기기다.

레코드가 CD, DVD, 블루레이를 거쳐 아예 무손실 압축 음원으로 변한 지금도, 여전히 감동적인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리를 보관하는 기술은 디지털과 함께 환상적으로 발전했어도 스피커로 대표되는 재생기술은 아날로그다.

12월 2일부터 4일까지 열린 강남 코엑스에서 오디오 엑스포 서울 2022 전시회가 열렸다. 기자가 이 자리에 취재차 간 이유는 그동안 얼마나 오디오 기술이 발전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며 복도에 늘어서 기자를 맞이한 옛날 레코드판이 주는 클래식함은 그래서 낡았다는 느낌보다는 그리움을 고조시켰다.

3층에 위치한 전시장은 상당히 넓었고 각 부스별로 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대체로 입구로 들어가면 좌우 벽에는 주변 기기와 장비를 전시했고 안쪽 중앙에는 전체 세트가 완전히 구성된 오디오 기기가 클래식부터 시작해 음질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소리를 힘차게 내뿜고 있었다.

너무도 익숙한 턴테이블이나 스피커, 앰프, 케이블도 있었지만 기술 발전을 실감할 수 있는 기기도 많았다. 앰프 전면 패널은 대부분 액정 디스플레이로 바뀌었다. 복잡한 케이블이 없이 음원을 와이파이를 통해 전달받아서 블루투스로 전달하는 등 미려한 외관과 편안한 배치를 위한 배려도 돋보였다. 세련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진공관 오디오는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특징적 느낌은 점점 이런 음향기기가 성능을 넘어서 상당히 뛰어난 디자인을 갖추는 쪽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음질 그 자체에만 몰두해서 가장 밋밋한 직사각형의 검은 색 박스 디자인에 충실했던 옛날 모습과는 달랐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서 만들어진 고급 기기들은 그야말로 디자인과 음질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았다.

전시된 각 음향 기기의 중앙에는 큰 디스플레이 기기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듣는 음악에서 이제는 듣고 보는 음악이 되었다는 부분이 실감있게 느껴진다. 심지어 스피커로 유명한 매킨토시 시스템은 레코드가 돌아가는 턴테이블에도 LED 등을 탑재해 조명효과를 가미했다. 스피커 역시 보이는 부분은 라운딩 처리를 비롯해 실버코팅, 패터닝 등의 가공을 통해 인테리어 가구 효과까지 노렸다.

덕분에 상당히 많은 각 오디오룸을 돌아다니면서도 지루한 느낌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음향기기를 전시해 놓은 각 업체 관계자들은 설명과 안내를 하면서도 찾아온 관람객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오디오 앞에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고 누구든 들어와 바로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쉴 수 있었다. 음악을 듣는 동안 귀찮게 한다든가 구매를 권하는 일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누구나 온라인 예매를 통해 무료티켓을 발급 받을 수 있었고, 행사 진행에 있어서는 편안한 감상회 같은 성격이기에 아쉬운 점은 별로 없었다. 굳이 그래도 바라는 바를 들자면 너무 모든 오디오룸이 똑같이 중앙부 오디오시스템, 벽쪽 장비 전시 같은 형식이다보니 다소 전형적인 딱딱함이 느껴졌다. 아이디어가 빛나는 신선한 방식의 전시도 몇 개는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전시된 오디오 장비 자체가 워낙 고가 제품이기에 보고 듣는 건 쉽지만 구입을 위한 문의조차 꺼려지는 면이 있다는 점 역시 단점 아닌 단점이다. 입문자를 위한 기본 세팅이나 가격대에 따른 오디오 구성 안내 같은 것도 있다면 기자 같은 초보자도 더욱 이런 자리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2일 취재 당일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어 오래 머물지 못한 점이 안타까울 정도로 좋은 자리였다. 평소 이런 고급진 음향기기를 한번 체험해보고 싶던 사용자라면 귀가 즐겁고 또한 눈이 즐거웠을 것 같다. 휴일에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현장감 넘치는 음악을 들으며 몸과 마음을 릴렉스하는 경험. 그건 시대와 연령, 성별등을 모두 초월한 아주 매력적인 유혹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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