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리뷰] 3. 커피마니아의 최종테크, 에스프레소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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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안병도 기자] 맛있는 원두를 고르고, 좋은 추출법을 통해 커피를 우려내면 정말로 최고의 향기와 맛을 지닌 커피가 만들어질까? 기본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커피의 세계는 역사가 오래됐고 상당히 깊은 연구가 이뤄져 왔다. 원두와 추출법 외에도 그것을 위해 써야하는 장비와 그 장비를 다루는 방법이라는 또 하나의 영역이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핵심으로 등장하는 커피가 바로 '에스프레소'다.
보통 집에서 스스로 커피를 타서 먹는 한국인은 커피믹스와 인스탄트 고급 커피를 거쳐서 핸드드립 방식의 원두커피를 경험하게 된다. 같은 커피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둘 사이에 맛의 차이는 너무도 크다. 그리고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다시 한번 다른 느낌의 커피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적당한 물을 부어 희석시킨 커피이기 때문에 그 차이는 바로 에스프레소의 독특한 맛에서 오는 것이다.
여기까지 알게 되면 이제 가정에서 에스프레소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없을까를 궁리하게 된다. 그래서 맛있는 커피를 찾는 커피마니아는 최종테크로 에스프레소까지 올라가게 된다. 국내 주요 커뮤니티, 디시 커피갤 등을 가보면 흔히 농담처럼 언급하는 '한국인의 종족특성' 답게 에스프레소를 진지하게 연구하면서 추출 모범답안 연구, 더 좋은 장비에 대한 탐구, 장비 가격 대비 성능 비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커피마니아의 최종테크, 에스프레소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특징 - 풍성한 기름성분의 크레마와 진한 맛이 강할수록 고품질
에스프레소는 곱게 간 원두에 고온 고압으로 소량의 물을 투과시켜 추출해 아주 작은 컵인 데미타스에 담은 커피다. 원두 가루를 물에 넣고 끓이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내는 커피는 단시간에 대량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에스프레소는 빠르게 커피를 추출해 먹으려는 수요에 의해 19세기 중반부터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고안되었다. 이를 참조한 이탈리아에서 기계가 발전하게 되며 높은 압력의 뜨거운 물을 쏘아내는 현대적인 에스프레소가 발명됐다.
이탈리아인 지오바니 가찌아는 1938년에 특허를 취득하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인 1947년 회사를 설립해 전동 펌프를 이용한 에스프레소 기계를 만들어냈다. 에스프레소의 어원은 압력을 가해(press) 짜낸다(ex-, es-)는 것에서 나왔는데 중의적인 의미로 빠르게(express, espress) 추출해냈다는 뜻도 담겼다.
에스프레소는 그 추출방법에서 핸드드립과 양극단에 서 있다. 전형적인 핸드드립인 푸어오버 방식은 원두를 핸드밀(수동 그라인더)를 이용해 적당히 갈아서 종이 필터를 댄 거름망에 담는다. 그 위에 다시 끓는 물을 직접 천천히 부어준 다음, 중력을 이용해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내린다.
기계를 사용해 미세하게 원두를 갈아서 고압열수로 빠르게 엑기스만 추출하는 에스프레소가 대중음악이라면, 핸드드립은 클래식 음악에 가깝다. 때문에 에스프레소 방식 안에서는 머신 브랜드, 원두 종류, 추출시간 등에 대해 비교하고 논쟁하는 사람도 핸드드립과 맛을 비교하지는 않는다. 같은 커피지만 아예 다른 장르로 취급되고 있다. 실제로도 핸드드립은 기름기가 대부분 걸러진 깔끔하고 산뜻한 맛 위주라면, 에스프레소는 기름 성분의 크레마가 풍성하게 떠있고 진한 맛이 가득한 커피를 더 우수하게 평가한다.
에스프레소 머신 - 수동식, 반자동, 전자동
이탈리아 국립 에스프레소 연구소에서 정한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로 인증받는데 필요한 추출조건은 다음과 같다.
커피원두 양 7 ± 0.5 그램
머신에서 나오는 물 온도 88 ± 2 도(섭씨)
추출압 9 ± 1 bar(기압)
추출 시간 25 ± 5 초
추출 양 (크레마 포함) 25 ± 2.5 밀리리터
실제로 이 기준은 표준 가이드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고압의 뜨거운 물로 순간적으로 원두가루를 통과시켜 우려내면 전부 에스프레소라고 부른다. 물을 끓이는 보일러부터 고압을 만들어내는 피스톤까지 전부 기계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동력을 전부 사람의 힘에 의존하면 수동식이다.
원두와 물을 채워놓고 전기코드를 꽂은 뒤에는 스위치만 누르면 자동으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주는 기계는 전자동 머신이다. 전자동 머신은 입문용으로 필립스1200이 40만원 정도이며 드롱기 마그니피카S는 50만원 정도에 구할 수 있다. 원두를 갈아서 담고 피스톤 아래까지 결합시키는 것은 사람이 하지만 이후 물을 끓여 고압으로 쏘아내는 것을 기계가 하면 반자동이다.
추출과정 - 원두 분쇄, 탬핑, 추출
전자동머신이 아니라면 첫단계는 커피 원두를 잘게 갈아내는 그라인더에 넣는 것부터 시작한다. 에스프레소용은 가장 입자가 곱게 갈아야하기에 균일도가 일정하면서도 미세하게 분쇄할 수 있는 기계를 쓰는 것이 더 좋다. 날이 회전하는 그라인더는 이 단계에서 과도한 열이 발생하면 원두의 맛을 변하게 할 수도 있기에 저속으로 갈아내기도 한다.
곱게 갈아낸 원두가루는 포퍼필터에 담고 바스켓이라는 국자 모양의 금속용기 안에 넣는다. 물의 압력을 골고루 받아서 우려내기 위해 가루를 담는 도징, 위에서 누르는 탬핑을 거치는데 여기에 이용되는 도장 모양 도구는 탬퍼라고 부른다. 반자동은 원두의 질, 습도, 물의 압력 등 여러 상황에 따라 원두가루를 많이 담고 더 강하게 누르는 등 사람이 개입해서 여러 조절을 할 수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같은 머신에서 내린 커피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준비가 끝나고 포터필터가 결합된 커피머신은 스위치가 올라가면 순간적으로 물을 끓인다. 보통 90도 정도로 가열하는데 20~30초 정도가 걸린다. 이 끓는 물이 압력을 품고 포터필터 위쪽의 샤워 스크린에서 샤워 물줄기처럼 골고루 물을 뿜어줄 준비를 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얼마나 전체적으로 고른 압력을 가해주는가와 커피가루 압축도에 맞춰 9기압으로 압력을 끊어주는 기능 여부에 따라 저가, 고가 머신의 성능 차이가 나오게 된다.
장비가격 - 입문 수준이라면 그라인더는 10만원대 후반, 추출 머신은 20만원
에스프레소 수준의 분쇄가 가능한 입문용 자동 그라인더는 10만원대 후반 정도부터 구할 수 있으며 엔코 바라짜, 유레카 미뇽 등이 많이 쓰인다. 수동 그라인더로는 코만단테, itop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에스프레소 전문가들은 고압열수를 쏘는 추출머신보다도 오히려 그라인더의 품질이 에스프레소 맛을 더 차이나게 만든다고 하면서 그라인더에 돈을 들일 것을 적극권장한다.
추출머신 입문용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가정용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은 맥널티, 가찌아 클래식 프로 등이 있으며 가격은 10만원 후반대에 위치한다. 중국 수입품인 CRM3605+가 20만원 초반 가격대에서 입문용 머신 통틀어 최고 성능을 보여준다고 알려져 있다. 드롱기, 플랜잇 저가 머신은 많이 팔린 것에 비해서는 성능 면에서 그리 뛰어난 점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서 전문가용으로 넘어가면 그라인더와 추출머신의 가격이 수백만원대로 올라가며, 유명 커피전문점에서 쓸 상업용 머신으로 가면 천만원대로 뛴다. 이런 경우는 일반인이 취미로 쓰기에는 가격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 차라리 그냥 몇천원을 내고 완성된 에스프레소를 가게에서 사서 맛보는 게 훨씬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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