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당신은 반도체를 얼마나 아십니까?
현명한 반도체 투자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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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곰돌이아빠l리뷰어] 우리나라는 반도체로 먹고 사는 나라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는 흔히 반도체기업이라고 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로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갤럭시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TV와 모니터가 떠오르는 디스플레이, 비스포크라는 이름의 가전,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인수한 자동차 전기장비로 투자했지만 실제로는 스피커로 더 잘 알려진 하만 등 몇 개의 사업부로 나뉩니다.
물론 영업액 자체는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 이른바 B2C사업에서 많이 나오지만, 순이익만 따지면 거의 70% 이상을 반도체가 벌어들이고 있는 전형적인 B2B기업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삼성전자는 B2B와 B2C로 구조를 단순화하기도 했고, 투자는 이렇게 가전이나 스마트폰을 보고 했는데, 주가는 전형적인 반도체 기업의 사이클을 타고 있어 개미들을 울리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 개인 주주는 좀 줄어서 600만명이 넘습니다.
그 600만명이 만약 삼성전자를 투자하기 전에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저는 개인적으로는 국내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또한 삼성전자도 투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워낙 국내 주식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대표기업이다 보니 항상 주시할 수밖에 없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키워드는 반도체와 투자라는 두 가지입니다. 사실 반도체라는 것이 개인이 직접 사서 쓸 일은 거의 없는 제품입니다. 기껏 경험이라고 해봐야 조립PC를 만들 때 CPU나 메모리를 사는 정도죠. 특정 직업군이 아닌 다음에야 조립PC를 얼마나 많이 만들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반도체를 잘 안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 원리라면 매일 반도체를 다루는 용산전자상가 관계자들이 가장 반도체 투자를 잘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개인적으로는 2006년에서 2009년까지 AMD 한국지사에서 마케팅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전에는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인텔코리아의 CPU교육을 담당하기도 했었죠. 그래서 저는 평소에 반도체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서 제일 먼저 샀던 종목이 AMD, 마이크론테크놀러지, 엔비디아, 그리고 ASML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주식의 특성을 잘 모르고 파편적으로만 분석했기에 ASML은 겨우 15% 오르고 손절했고, 마이크론테크로지는 한참 수익을 보지 못하다가 겨우 본전에 팔았습니다. AMD와 엔비디아는 같은 날에 사서 같은 날에 팔았는데 그 후로 이 모든 반도체 주식은 크게 올랐습니다. 물론 2022년 한 해는 나스닥 하락세의 영향 등으로 크게 내렸고, 올해는 반대로 AI의 붐으로 다시 한 번 오르고 있기도 합니다.
반도체는 사실 전공이나 관련 사업에 종사하지 않는 다음에는 매우 어려운 것으로 생각합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배를 만드는 조선이나 건물을 짓는 건축과도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우리는 완성품인 배나 건물만 보지만, 실은 설계, 실험, 도장, 제조(건축), 그리고 검수 등 수많은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단계가 끝나야 다음 단계로 진행되는 일종의 컨베이어벨트 같은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산업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마지막 단계이자 완성품을 만드는 회사만 기억합니다. 인텔, AMD, 엔비디아 등이죠. 사실 엔비디아 역시 완성품이라기보다는 중간단계 제품이죠. 우리가 그나마 살 수 있는 그래픽카드 역시 엔비디아 최종제품이 아니라, 이것이 그래픽카드 제조사로 넘겨져 소비자가 살 수 있는 그래픽카드로 가공되는 것이죠. 자동차의 엔진은 따로 만들고 차는 또 다른 회사가 만드는 것처럼 말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이렇게 복잡한 반도체 생태계, 산업계를 풍부한 지식으로 잘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반도체를 소재, 설계, 장비, 제조, 후공정 등 다양한 분야로 나눠 설명하고 각각의 단계에서 투자와 연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입니다.
그냥 반도체 이야기만 한다면 말 그대로 알기 쉬운 XXX시리즈의 아류를 벗어나지 못했겠지만, 이를 투자와 연결했다는 점이 저자의 솜씨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저자가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약 10년이 넘도록 다양한 기업의 보텀업, 톱다운 분석을 해본 이론과 실전을 모두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이론적인 배경은 부족한체 실전만 경험한 셈이었거든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흔히 공돌이의 책은 1번, 작은 1번, 더 작은 1번 그리고 2번 이렇게 마치 리포트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자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저 역시 이공계로서 그렇게 글을 써왔기 때문이죠. 그런 글은 리포트로는 가치가 있을지 몰라도 책으로 엮여 많은 이들을 설득하고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런 점에서 탄탄한 이론을 배경으로 도대체 반도체 산업이 무엇인지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 설명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같은 시각을 더한 점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반도체 아날리스트라면 이렇게 책을 썼을까 싶은데 아마 투자는 몰라도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순서를 살펴보면, 반도체의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 요즈음은 우리도 잘 아는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의 구분, 엔비디아 같은 팹리스와 TSMC나 삼성 같은 파운드리의 설명, 일반인은 잘 모르는 시놉시스 같은 디자인하우스의 이해, 반도체를 만드는 각종 소재를 만드는 이른바 전공정, 이렇게 만들어진 반도체를 실제로 쓸 수 있는 반도체로 다시금 옷을 입히고 화장시켜주는 반도체 후공정 등으로 나눠 쉬지 않고 설명합니다.
이 과정에서 앞서 설명한 반도체 소재, 장비, 설계 등 일반인은 알기 어려운 부분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비교적 쉬운 용어로 설명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 물론 어찌 보면 이 책을 읽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각각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분석까지 덧붙여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연결하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 쿠키영상을 보지 않으면 아쉽다는 독자들을 위해 부록도 마련해 반도체 소재, 설계, 장비 분야의 기업에 관한 저자 나름의 인사이트는 이 부분만 읽어도 어렴풋이 투자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듯 하네요.
누군가 내가 투자한 기업을 초등학생에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절대 투자하지 말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는 워낙 전문적인 B2B 영역이라 그게 쉽지 않죠. 그렇다고 산업의 쌀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현대 IT산업의 핵심이자 기초소재인 반도체 투자를 빼놓는다는 것도 투자 관점에서는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SOXX같은 훌륭한 반도체 ETF도 있고, 반도체를 대표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자체에 투자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내 금같은 돈을 내 피 같은 돈을 투자하는 기업이 도대체 뭘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팔리는지도 모르고 투자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삼성전자 주가가 왜 이렇게 안 오르지 맨날 종토방에 댓글만 다는 많은 이들에게, 그리고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한 번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bear0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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