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리뷰] 진로 '제로슈거' 소주의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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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안병도 기자] 코로나 사태 이후로 한국에서 부쩍 주목받는 식품 분야가 있다. 바로 '제로' 로 대표되는 무칼로리 음료 시장이다. 국내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제로코크, 펩시제로의 인기가 부쩍 올라간 가운데, 닥터페퍼 제로, 웰치스 제로 같이 기존에 나오지 않던 음료까지 나왔다. 운동부족 때문에 당분=칼로리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올라간 이유다.
이런 건강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바람직하다. 소비자가 음식 성분에 자세히 신경쓰게 되면 식품 회사는 함부로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이나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첨가물을 넣을 수 없다. 단순히 소송 등이 문제가 아니라 그 제품의 판매량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좋은 의미에서 이런 무(저) 칼로리 음료와 식품이 계속 연구개발되어 시장에 출시되길 바란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상술도 있다. 본질적인 '건강'이라는 취지를 무시하고 이런 흐름에 편승해서 단지 '수익'을 목적으로 제품을 내놓는 경우다. 가끔 보이는 그런 제품 가운데 오늘은 우연히 점심식사 자리에서 눈에 들어온 제품이 있다. 바로 진로에서 새로 내놓은 '진로소주 제로슈거'다. 이 제품은 '제로'라는 표시가 붙었지만 건강한 음식을 지향한다는 본질적인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 성분을 과학적으로 따져보면서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자.
1. 제로슈거(무설탕)는 무가당(당분을 전혀 넣지 않음)과 동의어가 아니다
일반인들은 흔히 식품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을 뿐더러 굳이 깊이 따져들어갈 관심도 없다. 유명 미술가는 당연한 듯 PC를 부품을 골라 조립하지 못하며 그냥 믿을 만한 대기업 PC를 골라서 산다. 반대로 컴퓨터 엔지니어가 미술관을 관람하게 되면 미술가의 화풍이니 태어난 시대 배경같은 걸 알면서 볼 리가 없다. 각자 자기 직업 영역에서는 전문가이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거기서 한발짝만 벗어나면 '먹고 살기 바빠서'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일단 중요한 개념부터 설명해보자.
건강을 위해 중요한 것은 당분섭취를 절제하는 것이다. 완전히 0칼로리는 아니라도 섭취량이 한 두컵인데 비해 나오는 전체 칼로리가 1~9킬로칼로리 정도면 실질적으로 0칼로리나 마찬가지라 간주한다. 그런데 시중의 음료 대부분은 달콤한 맛을 내고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설탕을 다량 첨가한다. 그렇게 되면 낮은 칼로리는 나올 수 없다. 200~600킬로칼로리 까지 나온다. 따라서 설탕을 넣지 않으면 제로 칼로리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은 다르다. 설탕을 넣지 않는 무설탕이지만 당분을 넣지 않은 무가당은 아닌 음료도 많다. 우선 옥수수로 만든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싸면서 더 달고 더욱 칼로리가 높다. 물엿이나 꿀도 충분한 칼로리가 있으며 올리고당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다못해 식혜음료에 들어간 밥알만 해도 탄수화물 덩어리이며 이것은 우리 침 속의 아밀라아제에 분해되어 바로 당분으로 전환되어 고칼로리가 된다. 제로슈거는 절대 제로 칼로리와 동의어가 아니다.
2. 원래 희석식 소주에는 설탕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
진로 제로슈가의 성분 표기를 자세히 보자. 나트륨, 탄수화물, 지방은 물론이고 당류도 0그램, 0퍼센트다. 단백질, 포화지방도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설탕이 넓은 당류에 들어가니 무설탕과 무가당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다.
원래 희석식 소주의 제조과정에서는 설탕이 들어갈 이유가 별로 없다. 희석식 소주는 카사바, 고구마 등에서 뽑아낸 매우 저렴한 탄수화물을 발효시킨 후 연속증류하여 얻어낸 95% 고순도 에탄올인 주정을 원료로 제조한다. 이 주정에 물, 감미료, 기타 첨가물을 넣어서 만들어낸다. 주정은 별도로 설립된 전국 9개 주정 제조업자가 제조하며 대한주정판매로 일괄 납품된 후 각 소주 제조사로 정부가 책정한 가격에 판매된다.
결국 업체는 달라도 원액이 전부 순도 95%의 알코올이다. 자연 발효된 풍미있는 재료의 술이 아니기에 냄새를 순화시키기 위해 감미료를 사용하는데 예전에는 소르비톨, 사카린을 넣었고 현재는 올리고당, 자일리톨, 아스파탐, 스테비오사이드 등을 사용한다. 가끔은 핀란드산 천연 과당을 첨가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이 가운데 설탕은 들어간 경우가 없었다. 칼로리가 있는 올리고당, 과당조차도 일부 소주에 아주 소량이 들어갔을 뿐이다. 나머지는 전부 칼로리가 0인 인공감미료다. 왜냐하면 에탄올 함량이 높지 않은 소주의 특성상 그 안에 칼로리가 될 당분이 대량 있으면 발효균이 그걸 다시 분해해서 먹이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다한 설탕이나 당분은 가격도 비싸거니와 소주맛을 변하게 할 위험이 있다.
3.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이미 충분히 많은 칼로리를 포함한다
진로 제로슈거의 성분을 보면 얼핏 89킬로 칼로리라는 부분을 보게 된다. 이걸 보고는 "뭐야? 좀 칼로리가 있긴 해도 한 병 마셔도 89킬로칼로리면 적은 편이잖아?"라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잘 보자. 이건 100밀리리터당 89킬로칼로리라는 표기다. 한병은 360밀리리터이며 결국 89 X 3.6 = 320.4 킬로 칼로리가 정답이다. 한 병을 마시면 밥 한 공기 먹는 것 만큼의 칼로리가 섭취된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펩시제로 355밀리리터의 칼로리는 0킬로칼로리이며 허용오차를 감안해도 9킬로칼로리를 넘지 않는다. 비슷한 양의 진로 제로슈거를 마시면 '분명히 같은 제로 음료인데' 320킬로칼로리다. 칼로리 자체가 하늘과 땅 차이인데 건강에 비슷한 영향을 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혹시나 에탄올의 체내흡수에 대한 생리학적 차이를 대며 이걸 반박하는 주장도 나올 수 있어 첨언한다. 다른 영양소와 달리 알코올은 우리 몸에서 곧바로 칼로리로 전환되지 않는다. 인체는 알코올을 독소로 여겨 간에서 해독해서 분해한다. 이론상 에틸 알코올은 1g당 7kcal를 내는데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몸은 알코올을 정상적인 에너지원으로 소비하지 못한다. 저장하지도 못하고 정상적으로 사용하지도 못한다.
그렇지만 이건 그 순간 순수하게 술만 마실 경우다. 술은 기름진 안주와 같이 먹는 경우가 많은데 술로 인해 촉진된 그 음식의 칼로리는 고스란히 칼로리로 쌓인다. 알코올은 체내 ATP의 중성 지방 변환률을 상승시킨다.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ATP는 바로 써 버리는 당과 장기 보존용인 중성 지방이 있는데,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면 이 중성 지방으로 바뀌는 비율이 늘어난다. 같은 열량을 먹어도 살이 더 찐다.
술의 성분으로 인해 체온도 일시적으로 올라간다. 알코올이 흡수되며 자체적으로 열을 내고, 술이 분해 되면서도 열이 만들어진다. 말초신경이 확장되어 열을 내보내는데, 그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며, 상승한 열을 내보내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방이나 탄수화물을 분해해서 내야 할 체온을 이미 알코올이 내주고 있으니 안 쓰이는 영양소가 지방으로 전환된다. 돌려막기와 비슷하게 알코올 자체는 칼로리를 못내지만 다른 영양소가 칼로리를 써서 낼 역할을 가로채므로 칼로리를 남게 만든다.
결국 이런 이유를 종합해 본다면 진로 제로슈거 소주가 일부러 강조한 '무설탕'은 건강 향상에 어떤 효과도 없다. 원래 진로 소주에 설탕이 많이 들어갔었던 것도 아니기에 생산공정을 바꾼 것도 아니며 추가 설비투자나 과감한 기술개발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트렌드에 편승하기 위해 표기를 한 줄 더 바꿨을 뿐이다. 어떤 술을 선택해 마시느냐는 개인의 자유지만 이런 점은 반드시 알고 마시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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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4
곰돌이아빠I리뷰어님의 댓글
하나도 아니고 다양한 감미료가 들어갑니다.
편집자님의 댓글의 댓글
MRMI리뷰어님의 댓글
소주는 감미료와 물맛이라 물맑고 감미료 잘타는 회사걸 마셔야 겠습니다.
칼로리 생각하면 안마시는게 최고구요. ㅎㅎ
편집자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