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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카세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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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 = 수시로 리뷰어] 유명 일식집이나 초밥집에서나 볼 수 있던 메뉴인 오마카세가 최근 유행이다. 일식 코스 요리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당일 준비한 재료를 이용해 쉐프가 최고의 음식을 내놓는 개념인 오마카세. 그런데 좀 어설프다고 해야할까? 이런 오마카세라는 단어가 일식집이 아닌 곳에서 메뉴에 등장하고 있다. 한우 오마카세, 한식 오마카세가 바로 그런 예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한우와 한식에 왜 오마카세를 붙였을까? 이유는 간단할 듯싶다. 오마카세가 일본 초밥집에서 가장 비싼 코스 요리이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니 전체적으로 가게의 포지셔닝을 높은 레벨에 맞추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일식이 아닌 곳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좀 불편하다. 꼭 한우와 한식에 파인 다이닝이나 오마카세 같은 말을 붙여야 고급스러운 것일까? 물론, 그렇게 한식과 한우 같은 우리 음식도 럭셔리한 무언가가 필요한 단계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꼭 거기에 오마카세를 붙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주방장 특선 혹은 특선코스, 특선요리, 쉐프특선 등 부를 수 있는 것은 많을 텐데, 이렇게 부르면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일까? 우리말에 더 좋은 뉘앙스의 적절한 단어는 없을까? 구태여 우리 음식을 차려 내면서 거기에 일식 요리의 단어를 억지로 꿰맞추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일본인들에게 어필해야 할까? 아니 오히려 일본인이 보면 무척 어색한 단어가 아닐까?

 

오마카세의 어원이나 탄생 배경은 몰라도 상관없다. 오마카세의 장점과 그 뜻을 배운다면 그것은 대환영이다. 출발을 그렇게 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싶다. 유명 초밥집은 오마카세가 30만 원이 넘고, 동네 초밥집에서도 오마카세는 최소 4만 원 정도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비용만으로 본다면 한 끼 식사로는 최고 등급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그만큼의 가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진정한 오마카세의 의미는 소통이라고 본다. 실제로 오마카세는 쉐프와 손님의 간격을 좁힌 서비스로 그냥 단순한 메뉴가 아니라 쉐프와 손님을 이어주는 소통이며 배려 가득한 서비스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가격으로만 평가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스시 바처럼 손님과 1:1로 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그 손님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고, 필요한지를 쉐프 스스로 파악해 거기에 맞춰 음식을 내놓는다. 이러한 소통이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오마카세라고 하기 어렵다. 잘 짜인 코스의 최상위 등급으로 오마카세를 포지셔닝 해놓은 가게들은 그냥 비싼 음식을 파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뿐이다.

 

오마카세를 구현하는 쉐프는 소통을 기본으로 한다. 손님에게 맞춰 무엇을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를 가늠하고 차분하게 서비스한다. 국내 초밥계의 대부인 안효식 스시효의 마스터(장인)에게 점심 오마카세를 먹어본 경험이 있었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차분하게 손님과 높낮이 없게 대화하면서 먹었던 기억이다. 아주 편하고 인상적이었고, 정말 맛있게 먹었고 그 기억을 추억으로 간직할 정도였다.

 

그런 예로 횡성에서 유명해진 후 압구정에 진출한 우가라는 고깃집이 있다. 2017년부터는 미쉐린 클래스에 오른 곳으로 한우를 파는 곳인데 이곳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10여 년 전에도 1인당 10만 원이 훌쩍 넘었던 기억이다. 지금은 등심이 100그램에 5만 원이 넘으니 만만한 곳은 아니다. 원조였던 횡성과 압구정 모두에서 먹어봤지만, 횡성에서는 고기를 준비하는 대표 쉐프가 직접 구워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부위마다 설명해주고, 맛있게 먹는 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허름한 시골 가정집의 한 방에 앉아서 단골들과는 개인사까지 나눌 정도로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눈다. 이때 느꼈던 것도 스시효에서 느낀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가의 초대를 받아 멋진 식사를 한 느낌. 그 가격을 주고도 만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오마카세의 진정한 맛은 소통이다. 우리 한우나 한식에도 이런 소통의 문화를 곁들임으로 함께 서비스하면 그것이 진정한 주방특선 혹은 쉐프특선이 되지 않을까 싶다. 국밥집이라도 주인 할머니의 구수한 욕이 섞인 타박 아닌 타박을 들으며 먹는 것이 우리에게는 하나의 문화였다. 그런 것처럼 구태여 어설픈 옷인 우리 음식에 오마카세라는 일본 기모노를 입히지 말고 특선 혹은 그냥 우가처럼 자신 있게 단품으로 승부하는 것이 더 멋져 보인다. 화려하고 요란한 음식으로 사람을 현혹하지 말고 조금 더 진심으로 손님을 생각한다면, 우리 식문화도 훨씬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yoonjs@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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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4

김현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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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동
2023-01-02 19:04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통영의 다찌집처럼 아직도 일재의 잔재를 벗지 못한 흔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시로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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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I리뷰어
2023-01-02 19:53
아름다운 우리 식문화가 있건만.. 배척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것을 쓰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겠죠. ^^ 댓글 감사합니다.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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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선I기자
2023-01-03 07:14
저도 언젠가 한번 써야지 했던 내용이네요. ㅎㅎ
개인적으로 초밥을 참 좋아하긴 하는데...사람들이 '스시'라고 너무 자연스럽게 쓰는 것도 좀 보기 민망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입에 익어서일수 있겠지만(오뎅처럼요 ㅠㅠ) 앞으로 웬만하면 일본어를 그대로 쓰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수시로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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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I리뷰어
2023-01-04 20:43
^^ 그러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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