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칼럼] 크리스마스 빵, 눈 내린 대지같은 슈톨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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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톨렌의 탄생을 보기 위해서는 1392년 독일로 시간 여행을 가야 한다. 당시 나움부르크 지역 제빵사 조합이 결성되면서 이 조합을 승인받은 것에 기념해 지역을 관할하는 주교에게 감사의 의미로 특별하게 만들어 선물한 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처음에 만들어진 슈톨렌은 밀가루와 효모로만 만든 검소한 빵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건포도와 견과류, 버터와 시나몬, 설탕 등이 더해지면서 지금은 아주 달콤하고, 고소한 빵이 되었다.
이렇게 빵이 화려해진 이유는 재미있게도 수도원과 관련이 있다. 맥주나 와인을 만들던 수도원처럼 빵도 수도원에서는 주요한 생산품 중 하나였다. 하지만 수도원의 특성상 빵은 극히 검소하게 구웠지만, 예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절 기간에는 일종의 축제처럼 금욕적인 생활이 풀어지면서 평소의 딱딱하고 질긴 빵에서 부드럽고, 기름지고,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빵을 만들어 먹었는데 이것이 제빵사들에게 전해지고 더 서민적이고 화려한 빵으로 발전한 것이 바로 슈톨렌이다. 당연히 추운 겨울에 필요한 열량을 섭취하기 위해 달콤하고, 고소하게 만들어진 것도 중요한 포인트.
생긴 모습은 타원형의 빵에 눈이 온 것 같이 슈거파우더가 덮고 있다. 원래 모양은 아기 예수를 누인 요람을 의미한 것이라고 한다. 빵 속에 중심에는 아몬드 분말과 설탕, 계란 흰자를 섞어서 굳힌 마르지판이 기둥처럼 중심을 잡고 있는데 이것이 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를 상징한다고 한다. 반죽에는 화이트 와인과 무화과, 자두, 건포도, 크랜베리 같은 건과일을 넣는다. 또한 오렌지 필과 레몬 필을 럼주에 절여 숙성한 후에 넣어 향을 뒷받침한다.
한국에서는 제과점에서 대량으로 만든 슈톨렌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고, 독립 제과점이 수제 한정으로 슈톨렌을 만들어 판다. 이번에 촬영하고 맛본 것은 분당에 있는 엘틈코너마켓의 구선아 파티쉐가 한정으로 만든 슈톨렌이다. 워낙 만드는 과정과 품이 많이 들어가는 빵이기에 어지간한 파티쉐들은 잘 만들지 않지만, 시즌이 시즌이다 보니 한정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가 있느니 대량으로 만든 메이커 슈톨렌보다는 정성껏만든 수제 슈톨렌을 찾아서 맛보시는게 좋을 듯하다.
만드는 시간이 길고, 품이 많이 들지만 그만큼 오래 먹을 수 있는 빵이기도 하다. 만든 시점부터 계속 숙성하는 빵이기도 하고 대림절 4주간 동안 얇게 썰어서 조금씩 먹으면 좋다. 특히 가운데를 썰어 토막을 낸 후 조금씩 얇게 썰어 먹고, 그 양쪽의 단면을 붙여서 밀봉하면 보통 한 달은 두고 먹는 것이 가능하다.
공장형으로 만든 슈톨렌은 달기만 하거나 더 기름질 수 있으니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단, 수제 슈톨렌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먹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보통 예약은 11월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유념할 것. 대량 생산형 슈톨렌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나면 할인 판매를 하는 경우도 많으니 주변을 잘 살펴보시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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