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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칼럼] ‘삐약이’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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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언감생심이겠지만 저런 며느리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아들들에게 우스갯 소리로 얘기했다. 탁구 신동 삐약이 신유빈을 두고 한 말이다. 이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아들들에게는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이고, 우물 가서 숭늉 찾는 소리일지 모르겠으나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삐약이 신유빈은 사실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부터 눈여겨 본 며느리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하는 기색없이(그럴리는 없겠지만) 밝은 미소와 파이팅하는 자세가 남달랐던 아이다. 5살 때 모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정화 선수와 대결을 벌었던 바로 그 아이다. 그 아이가 어제 파리올림픽에서 온 국민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삐약이 신유빈. 사진=방송화면 캡처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 세계 랭킹 8위인 신유빈은 세계 랭킹 13위인 일본의 히라노와 숙명의 대결을 벌였다.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출전한 신유빈은 중국 귀화선수 전지희와 짝을 이뤄 단체전에 출전했으나 8강전에서 독일에 2:3으로 연전패해 탈락했다. 눈물을 머금었지만 미소만은 잊지 않았다. 신유빈을 점 찍어 둔 건 이때부터다. 물론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점 찍어 두었을 것이다.

 

며칠 전 펼쳐진 탁구 혼합 복식에서 입대 20여일을 앞둔 임종훈과 함께 출전해 동메달을 따내 병역 혜택을 받게 해준 경기도 짜릿했지만 어제 8강전은 정말 살이 떨리고 심장이 쫄깃해서 화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신유빈은 3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무난하게 승리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히라노는 3세트 경기를 마치고 젖은 유니폼을 갈아입는다는 핑계로 경기장을 빠져나가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정말 유치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경기 흐름은 끊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 신유빈은 3세트를 내리 내줘 세트 스코어 3:3 동점이 됐다. 이제 마지막 세트에서 최종 승부를 겨뤄야 했다.

 

보통 이런 경우 3세트를 먼저 잡았던 선수의 멘탈이 흔들려 지는 게 일반적이다. 운명의 7세트. 초반 4점을 먼저 얻어내며 앞서 나갔지만 히라노의 매서운 반격으로 경기 막판 8:9 역전까지 당했다. 패배까지 2점만을 남겨뒀다. 신유빈은 다행히 9:9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또다시 9:10, 10:11 두 번이나 매치포인트까지 몰렸다. 신은 삐약이의 손을 들어줬다. 13:1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정말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고 마지막에는 간절하게 기도까지 올렸다.

 

마지막 히라노의 볼이 네트를 넘지 못하고 안쪽에 떨어지면서 승리와 패배가 갈리자 두 선수 모두 주저 앉아 눈물을 흘렸다. 신유빈은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히라노는 석패와 슬픔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바나나의 힘으로 이긴 건가? 경기를 마치고 커뮤니티엔 신유빈 선수의 온갖 짤이 나돌았다. 경기 휴식 시간에 머리에 얼음찜질 주머니를 얹은 짤과 바나나와 주먹밥을 먹는 장면이 그것이다. 참 귀여운 모습들이다. 하지만 난 무엇보다 그녀의 미소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긴장하거나 화를 내면 심장이 빨라지고 마음이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판단력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신유빈은 경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웃으면 긴장이 풀어지고 여유가 생긴다. 시야도 환해지기 마련이다. 어제의 승리는 당연히 노력한만큼 보상이 따른 결과이겠지만 난 삐약이 신유빈의 그 미소도 승리를 가져오게 한 일등공신이라고 본다.

 

쉰세대인 나는 그녀의 바른 자세와 멋진 미소에서 한 수 배운다. 그래서 삐약이 신유빈 같은 며느리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감히 말했다. 아직은 병아리 삐약이일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훌륭한 벼슬을 뽐내는 멋진 닭으로 성장할 것이다. 5살 때 예능 프로에 나와 말했던 금메달의 꿈을 머지 않아 성취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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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윤지상I기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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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상I기자
2024-08-02 11:23
완전히 새로운 MZ 세대인 듯.. 이런 세대들이라면 난 무조건 찬성!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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