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따위 필요없는’ 시사 유튜브의 힘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신기록과 기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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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정말 겸손은 없었다.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 방송 4일만에 채널 구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어느 누군가는 분명 분해할 지도 모를 일이다.
김어준 씨는 사그라들어가는 라디오 시대에 최고의 청취율을 자랑하는 라디오 진행자였다.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2022년 서울 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14.3%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했다. 20분기(5년 내내) 연속 청취율 1위 프로그램이었다. 공중파3사도 아니고 자동차 운전하는 사람들 아니면 들을 일 없는 마이너 방송 TBS(교통방송)에서 말이다. 김어준 씨의 이 프로 덕분에 TBS는 광고 요청이 쇄도해 사상 최고의 매출을 달성했고 김어준 씨 역시 억대 출연료를 가져간다며 배 아픈 국회의원들이 발끈하기도 했다.
그렇게 잘 나가던 김어준 씨의 뉴스공장은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면서부터 폐지가 예견되어 왔다. 정치 편향적이라는 미운 털이 박힌 탓이다. 결국 김어준 씨의 뉴스공장 하차는 지난해 서울시의회가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기정사실화됐다.
TBS는 연간 예산 약 500억 원 가운데 70% 가량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해왔다. 서울시는 2023년도 TBS 출연금을 올해(320억 원)보다27.5%(88억 원) 삭감 편성했다.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롯해 TBS의 상당수 프로그램이 정치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뉴스공장뿐만 아니라 TBS에서 ‘신장식의 신장개업’을 진행하던 신장식 변호사와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를 진행하던 주진우 씨 역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결국 김어준 씨는 라디오 전파를 포기하고 유튜브로 갈아타기로 결심하고 10월 17일 유튜브 채널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을 개설했다. 이 채널은 올라온 영상 하나도 없이 개설 후 몇 시간 만에 구독자 50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첫 방송을 한 날 70만 명을 넘어섰다.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은 여러 가지 신기록을 세웠다. 방송 시작한 후 4일만에 구독자 100만명을 넘어선 게 첫 번째 기록이다. 인공지능 챗봇인 ChatGPT가 오픈 5일만에 100만 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은 신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두 번째 신기록은 동접자 수다.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같은 시간대에 생방을 진행한 방송사 유튜브만을 놓고 본다면 뉴스공장이 동접자 18만 명(순간 최고 동접은 21만 명)을 나타냈는데,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1만 명,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이 4,700명,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가 1,700명이었다. 김어준 뉴스공장 후속 프로그램인 TBS ‘출근길엔 TBS’는 70명이었다. 국내 연예인 중에 가장 톱을 달리는 유재석이 작년에 진행한 ‘놀면뭐하니’에서 WSG워너비 라이브할 때 유튜브 동접이 5.5만 명이었으니 김어준의 유튜브는 방송사의 콘텐츠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세 번째 신기록은 슈퍼챗이다. 유튜브에는 라이브 방송 도중 시청자가 후원금을 방송에서 바로 후원할 수 있는 슈퍼챗이라는 기능이 있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처럼 말이다. 유튜브 순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뉴스공장이 첫 방송된 지난 9일 김씨는 슈퍼챗으로만 9292만3052원(일일 기준)의 수익을 거뒀다. 이는 같은 날 국내 슈퍼챗 수익 2위인 보수 유튜버 '인사이트 스쿨'(355만5163원)보다도 27배나 많은 금액이다. 방송 후 이틀간 누적 수익액은 1억2026만8793원에 달했다. 뉴스공장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슈퍼챗 순위에서도 1위 자리에 올랐다. 2위를 차지한 미국 풋볼 팟캐스트 유튜버 '톰글로시'(Tom Grossi)는 지난 9일에 일일 수익 941만2234원을 기록했다. 뉴스공장의 9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은 흔한 예능도 아니고 아이돌 스타가 출연하는 방송도 아니다. 흔한 유튜브 채널에, 그것도 나이든 아재들만 볼법한 시사 콘텐츠일 뿐이다. 유튜브 세계에서는 내로라 하는 초거대 채널 삼프로TV가 1조 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마저 훌쩍 넘어선 전인미답의 기록들을 갱신 중이다. 누구 말처럼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음모론의 발원지가 될 지, 아니면 뉴미디어의 새로운 지평이 될 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유시민은 뉴스공장에 대해 이런 얘기를 했다. "뉴스공장이 늘 올바른 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취율이 높은 이유는 다른 목소리, 다른 관점을 얘기했기 때문이다."라고 말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겸손은 힘들다’는 채널명도 마음에 든다. ‘언론이 언론다워야 한다’는 기존 언론사들은 너무 겸손해서 탈이다. 적어도 유튜브에서만큼은 겸손을 따질 필요가 없다. 오래도록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겸손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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