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농약 성분 검출된 ‘신라면 두부김치’ 국내 제품엔 문제 없나 > 리뷰칼럼

[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대만에 수출된 농심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돼 반송·폐기 처분됐다고 대만 언론들이 연일 보도하고 있다. 대만 위생복리부 식품약물관리서(식약서·TFDA)는 문제가 된 신라면 1천 박스(1,128kg)를 식품안전위생관리법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대만 TFDA에 따르면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에서 발암물질 ‘에틸렌옥사이드’(EO) 0.075mg/kg이 스프에서 검출됐다는 것이다. 이는 대만의 ‘식품안전위생관리법 제15조 잔류농약 허용기준에 관한 규정’을 kg당 0.02mg 초과한 수치다.

에틸렌옥사이드(EO)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에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로 분류하고 있고 미국 독성물질관리 프로그램상 ‘K등급’으로 인체 발암원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에틸렌옥사이드는 주로 살균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장기간 노출되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중추신경이나 말초신경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대해 농심에서는 “검출된 물질은 EO(에틸렌옥사이드)가 아니라 2-CE(2 클로로에탄올)이며, 2-CE는 발암물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2-CE’ 역시도 상온에서 쉽게 증발하며 증기를 흡입할 경우 독성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중독되면 구역과 구토, 위장관 출혈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국내에서도 2-CE 기준 규격을 농·축·수산물 및 가공식품은 30mg/kg이하, 이유식 등 영유아를 섭취대상으로 하는 식품은 10mg/kg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유럽은 2-CE를 에틸렌옥사이드와 구분하지 않고 합산해 0.02~0.1ppm을 초과하면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서도 포장만 다를 뿐 똑같은 제품이 제조,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심은 원료의 농산물 재배환경에서 유래됐다거나, 일시적·비의도적인 교차오염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국내에서 제조되는 수출용과 내수용 생산라인이 달라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판매되는 동일 제품의 안전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왜냐하면 농심이 2-CE 문제로 제품 판매를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1년, 유럽 수출용 라면에서 유럽연합(EU) 기준치를 초과하는 에틸렌옥사이드가 검출돼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고 같은 해 3월에는 이탈리아 보건당국에서도 ‘신라면 김치’에서 에틸렌옥사이드의 관련 성분 ‘2-클로로에탄올’이 초과 검출돼 판매가 중단됐던 사례가 있다.

농심은 국민 식품인 라면을 통해 쌓은 소비자 신뢰로 지난해 3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매출액 기준 해외 비중은 30%에 육박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농심 측은 “생산과정을 더욱 철저히 모니터링 하는 등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식약처가 동일 제품의 전수조사에 나서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아울러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을 포함해 시판 중인 모든 제품의 안전성 검사도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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