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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호 칼럼] 세수 부족과 사업자의 유리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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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송명호 대표] 세수 부족이란다. 올해도 우리나라 경제는 적자를 낼 모양이다. 세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예상했던 것보다 세금이 덜 걷힌다는 의미이다. 원인을 찾자면 걷을 세금 예상을 잘못해서 과다하게 했던지 아니면 경기가 안 좋아 생각보다 세금이 덜 걷힌 건지 둘 중에 하나일 거다.

 

지난 4월 중앙일보의 세수 부족 기사를 보면 법인세수만 전년대비 12.8조원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법인세수가 줄어든 이유는 세율을 1%로 인하한 것도 요인이 되겠지만 그 보다 큰 이유는 바로 경기침체이고 그 중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 볼 대목이 있다. 법인세는 줄었지만 소득세는 그대로이고 부가가치세는 오히려 5조나 늘었다는 점이다.

 

세금을 더 걷는 방법 중에 하나가 세무조사에 의해 누수 된 세금을 추징하는 것인데, 세무조사의 주 목적이 탈세를 잡아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분명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은 소득세와 오히려 늘어난 부가가치세를 볼 때 탈세에 의해 세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는 점은 예측할 수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탈세란 쉽지 않다.

 

사실 작금의 대한민국 시스템에서는 탈세가 쉽지 않다. 세금이라는 것이 벌어들인 돈에서 비용을 뺀 나머지 즉 이익에 대해서 국가에서 정해 놓은 세율만큼 납부하는 것이다. 세금을 많이 낸다는 것은 벌어들인 돈, 즉 매출이 높다는 것이고 매출에 비해 비용은 적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탈세를 하기 위해서는 매출은 적게 신고하고 비용은 많이 신고하는, 어쩌면 지극히 간단한 방법으로 가능한 것이다.

 

오래 전에는 두 가지 방법이 다 가능했던 적이 있었다. 매출은 적게 계산하고 비용은 높여서 계산해서 신고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신고하는 사업자가 한둘이 아니니 일일이 다 확인할 수는 없고 신고하는 대로 받아들이고 그 중에서 눈에 띄거나 주변 또는 비슷한 동종 업종에 비해 턱없이 낮게 신고하는 곳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하는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에 적은 세무직원으로 많은 사업자를 대상으로 세밀하게 살펴본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탈세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할 수밖에 없었다. 안 걸리면 아무일 없는 거고 걸리면 어차피 냈어야 할 세금 내면 그만이었다.

 

부가세 신고 때만 되면 용산 전자상가가 들썩일 때가 있었다. 세금계산서를 주고받기 위해서 거의 모든 상가들이 전화통을 붙잡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평소에는 세금계산서 없이 물건을 유통하다가 신고 때가 되면 매출을 일으킨 업체는 일정량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밖에 없고 매입이 필요한 업체는 일정량 세금계산서를 발행 받아야 하는 입장이 될 수 박에 없다.

 

따라서 10%의 부가가치세는 때로는 0%로 때로는 3%로 때로는 5%로 주고받는 거래의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실제 매출/매입과 관계없이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일들은 비일비재했다. 이 과정에서 세금계산서 장사꾼도 등장을 하는데 예전에는 세금계산서를 왕창 발행하고 폐업하는 사기꾼들도 심심찮게 신문에 나는 일이 있었다.

 

거의 모든 사업체가 적건 크건 모두 탈세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고의건 실수건 결과적으로 제대로 계산되지 않은 매출과 비용은 결과적으로 탈세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만연했고 때문에 어떤 업체든 세무조사를 하면 걸려들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의 세무 행정이었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완벽하게 사라졌다. 탈세란 감히 상상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되어 있다. 대한민국이 이미 선진국이 되었고 인터넷 세상에 의해 곳곳이 투명화되어 가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투명한 세무행정의 일등공신은 바로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일상을 가만히 더듬어보면 현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일상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은 거리에서 떡볶이 사 먹고 구두 닦는 비용까지도 신용카드나 또는 계좌이체가 가능한 시스템이 되어 있다.

 

여기에 덧붙여 이미 존재하던 세금계산서의 전산화 그리고 자동화는 모든 사업체의 투명할 수밖에 없는 매출과 투명할 수밖에 없는 비용으로 나타나게 만들었다.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계좌이체 그리고 전산화된 세금계산서 등 모든 것이 기록되고 기록된 자료는 필요에 의해서 언제든 열어보고 집계하고 추적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그야말로 경제활동에 대해서는 모두가 발가벗겨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을 속이거나 비용을 과다하게 계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옛날에는 잘못한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지금은 국세청의 홈택스나 몇몇 기관의 자료를 취합하면 일목요연하게 드러나게 되어 있어서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고전적인 매출누락 또는 비용을 부풀리는 탈세는 꿈도 꿀 수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예전에는 월급쟁이 즉 급여소득자의 지갑이 유리지갑이라고 했다. 모든 소득이 투명하게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인데 반면에 자영업자는 탈세의 주범처럼 여기던 때가 있었다. 작금에 있어서는 급여소득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자의 지갑이 유리지갑이 되어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송명호/(주)와이즈앤소프트 대표이사


 

<openmind05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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