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에 빠진 국내 리뷰문화, 이대로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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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안병도 기자] 흔히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라고 한다. 그만큼 많은 주체들이 자유롭게 올린 정보가 풍부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일부에서 인터넷은 정보의 쓰레기장이라고 한다. 그렇게도 정보가 많지만 막상 진지하게 특정분야의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고 접근하면 가치없는 정보나 거짓 정보만 많이 보이고 정작 쓸모있는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는 검색만 하면 수많은 리뷰를 얻을 수 있다. 특정 포털에서 지하철역 이름만 입력해도 맛집 리뷰가 수백개 나오고, 단말기명 하나면 엄청난 개인, 매체 리뷰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풍부한 국내 환경은 과연 리뷰의 바다일까, 아니면 리뷰의 쓰레기장일까?
소비자들이 리뷰를 보는 목적은 대부분 단 하나다.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실제 돈을 내고 구입하기 앞서 과연 자기에게 그만한 가치를 가져다 줄 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쓴 리뷰는 전반적인 만족감 외에도 특정 부분에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언급한다. 그러면 소비자는 자기가 중시하는 해당 부분이 만족스러운 지를 확인하고 제품 구매여부를 결정한다. 리뷰는 구매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기에 늘 주목받는 글이다.
그렇지만 많은 양과는 별도로 한국의 리뷰 문화가 과연 이런 점을 만족시키고 있을까? 기자는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비교적 인기좋은 스마트폰 제품명과 함께 '리뷰'라는 단어를 포털에 입력해 보자. 파워블로거, 유튜버 등의 인플루언서 등이 올린 깔끔하고 긴 소개 리뷰와 IT언론매체에서 기자가 올린 체험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제품 디자인과 스펙, 출시 시기 등을 참고할 때는 좋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제품 성능을 측정하고 가치를 따져보고 장단점을 제대로 따져보는 글은 거의 없다. 깔끔한 고해상도 사진과 긴 글 대부분은 의견이 없는 성능, 자료 나열이거나 홈쇼핑 멘트 같은 칭찬과 구매 유도 문장이 대부분이다.
출처: 컨슈머리포트
현실에 존재하는 우수한 리뷰라면 미국의 유명 소비자잡지 '컨슈머리포트'를 예시로 들 수 있다. 1936년 미국 비영리단체인 소비자연맹이 창간한 이 매체는 근무하는 직원이 650여 명에 달하는데도 오로지 독자의 구독료와 자발적 기부금만으로 운영된다.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광고를 받지 않고, 제품 샘플을 제공받지 않으며 기업이 컨슈머리포트 평가 결과를 광고에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따라서 정부기관이나 광고주의 간섭없이 철저한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
컨슈머리포트의 성공 요인은 소비자들이 객관적 정보를 얻는 댓가를 지불하고, 소비자연맹이 그 돈으로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선순환'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점이다. 이 매체의 연간 예산은 약 2,600억원에 달하며 제품 테스트에만 매년 2,100만달러(약 244억원) 이상을 집행한다. 전문가를 포함한 직원들이 직접 제품을 실험하고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러다보니 기업은 납득하고 소비자는 신뢰한다.
이와 대비되는 국내 리뷰의 문제점은 반대로 '악순환'에 있다. 언론매체든 개인 리뷰어든 서비스나 제품을 구입하고 테스트 할 수 있을 만큼의 구독료, 기부금 기반을 구축한 경우가 없다. 그러다보니 제품이나 보수를 제공하는 곳의 '가이드라인'이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작성된 리뷰는 객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독자는 그 리뷰를 신뢰하지 않고 댓가를 지불하려고 하지 않는다. 구독자 수입을 얻을 수 없는 리뷰어는 지속적인 이익 내지는 제품 제공 기반 마련을 위해 다시 리뷰 객관성을 희생한다.
어쨌든 원인분석을 떠나서 국내에서 접하는 리뷰는 대부분 수준이 높지 못하다. 돈이나 제품을 받고 쓰는 경우는 해당 제품에 대해서 칭찬과 장점 강조만 늘어놓는다. 자기 돈으로 구입한 경우라도 이후 리뷰 제품을 제공받는 걸 염두에 둔다. 따라서 필요이상으로 자극적으로 쓴다. 속된 말로 '깐다'는 표현만큼 단점만 치열하게 물고 늘어지든가, 찬양에 가까운 문장을 남발한다. 은근히 다른 리뷰에 제품이나 댓가 제공을 유도하려는 의도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그나마 최소한 있어야 할 전문성도 없다는 점이다. 개인의 사욕이 개입했더라도 제품 자체의 장단점이 잘 나와 있으면 구입하려는 사람이 귀중한 정보라도 얻을 수 있다. 오디오라면 음질, 영상 기기라면 화질과 색감 등의 객관적 평가만 정확하다면 나머지 리뷰어의 의견은 읽는 독자가 취사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저 돈 얼마를 받고 포털 검색어에 노출되기 위해 쓴 리뷰, 리뷰성 기사에는 그런 정보가 제대로 담겨있지 않다. 기본적인 전문성이 없이 업체가 제공한 카탈로그 스펙을 나열하거나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참 좋았어요' 같은 모호한 표현만 존재한다. 따라서 실제 구입에 참고하기 위해 해당 리뷰를 클릭한 사람의 귀중한 시간만 낭비시킬 뿐이다. 이래서야 포털 상단에 우르르 몰려서 그 아래쪽에 잠긴 좋은 리뷰를 가려버리는 쓰레기와 다를 바 없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보인다. 리뷰어는 자기도 진실성 없이 업체에 종속된 리뷰를 쓰는 건 원하지 않으며 독자가 댓가를 충분히 지불하기만 한다면 훨씬 좋은 리뷰를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독자는 좋은 리뷰가 충분히 많다면 댓가를 혼쾌히 지불하겠다고 말한다.
둘다 맞는 말이지만 독자보다는 리뷰어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자는 조직화하기 힘든 관객 같은 입장이다. 거리의 악사는 우선 음악을 들려주고 좋으면 기부금을 달라고 한다. 소프트웨어의 베타버전이나 구독제 서비스도 일단 콘텐츠를 먼저 맛보여주고 마음에 들면 결제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런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확률이 높다는 건 이미 검증됐다.
답은 나와있는 거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문제는 결국 실천이다. 황무지가 개척되지 않고 남아있다면 이유는 개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국내 리뷰문화가 지나친 상업성과 비전문성이란 문제를 안고 있는건, 롤모델이 될 만한 리뷰어나 매체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유명한 유튜버의 뒷광고 문제, 제품 협찬으로 인한 단점 언급 불가 등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계속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한 명의 소비자로서도 참고가 될 리뷰 하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런 국내 리뷰문화가 만들어지길 간절하게 바란다.
<catchrod@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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