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양자컴퓨터' 개발 어디쯤 왔나?
양자컴퓨터에 맞는 새로운 암호화 기술 필요
본문
양자 역학(Quantum Mechanics)이라는 개념은 SF 영화에서 이따금씩 등장하곤 했다. 대표적으로는 마블의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가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 스캇은 양자세계로 들어갔다가 갇힌 재닛과 정신적으로 연결된다. 이는 두 개의 입자가 거리와 무관하게 통일된 양자상태로 연결되는 ‘얽힘(entanglement)’ 현상을 표현한 것이다.
이와 같은 양자의 특성을 적용한 컴퓨터가 바로 ‘양자 컴퓨터’다. 양자 컴퓨터는 양자를 연산 재료로 활용해 병렬 연산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기존 컴퓨터로 10억년이 걸리는 계산식을 양자 컴퓨터는 100초 내에 끝낼 수 있다. 단순히 현재 성능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을 실현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양자 컴퓨터의 우월한 성능은 암호 해독 측면에서 기존 암호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어 보안에 대한 새로운 기술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의 컴퓨터는 정보 단위인 ‘비트’ 하나에 0과 1을 담아 연산을 처리한다. 양자 컴퓨터는 새로운 정보 단위인 ‘큐비트’ 하나에 0과 1을 동시에 담아 여러 연산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데이터를 병렬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고, 큐비트의 수가 늘어날수록 처리 가능한 정보량도 증가한다.
예를 들어 2개의 큐비트라면 모두 4가지 상태(00, 01, 10, 11)를 중첩시키는 것이 가능하고 n개의 큐비트는 2의 n제곱이 된다. 입력 정보량의 병렬 처리에 의해 연산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 것이다. 1큐비트가 0과 1, 2개의 상태를 동시에 가지므로, 1개 값만 가진 1비트에 비해 2배 빠른 계산이 가능하다. 2큐비트는 00, 01, 10, 11 4개 상태를 동시에 가져 2비트보다 4배 빠르며, 3큐비트는 8배, 4큐비트는 16배로 늘어난다.
양자 컴퓨터 개발, 어디쯤 왔나?
양자 컴퓨터의 개념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Phillips Feynman)에 의해 1980년대 초에 처음 제시됐다. 이후 2014년 구글이 이 분야에 뛰어들었고, 2016년 IBM이 첫 클라우드 기반 양자 컴퓨팅 플랫폼 ‘IBM 퀀텀 네트워크’를 내놓았다.
2019년에는 구글이 53큐비트의 양자 컴퓨터 ‘시커모어(Sycamore)’를 공개하며 현존 최고 성능 슈퍼 컴퓨터를 압도하는 이른바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처음 입증했다. 시커모어는 기존 슈퍼 컴퓨터로 1만년 이상 걸리는 것을 3분20초 만에 풀어냈다. 이 밖에,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양자컴퓨팅 서비스 '아마존 브래킷' 출시와 함께 양자 컴퓨팅 센터 및 양자 솔루션 랩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양자 컴퓨터의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은 오류 내성을 갖추고 수백만 큐비트까지 올라가는 2030년대 후반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양자 컴퓨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이미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양자법’을 2018년 말 제정하고 백악관 직속 국가양자조정실(National Quantum Coordination Office: NQCO)을 신설했다. 지난해 6월 표준기술연구소(NIST) 주도로 양자경제개발연합체(QED-C)를 구성해 14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미국은 양자 컴퓨터 개발에 약 4억 달러(한화 약 1조 4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은 2030 국가전략구현 6대 중대 프로젝트를 통해 ‘양자 굴기’를 추진 중이며 양자 컴퓨터 개발에 약 15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025년까지 슈퍼 컴퓨터급 계산속도를 가진 양자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 2030년까지 500~1000 큐비트급 범용 양자 컴퓨터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13개국 38개 산·학·연 파트너로 구성된 오픈QKD(Quantum Key Distribution, 양자키분배) 프로젝트를 통해 양자 활용사례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약 7조2천억을 투입해 양자 컴퓨터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일본도 AI·바이오와 함께 양자를 3대 국가전략기술로 지원하며 관련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 양자기술 4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지난 4월 ‘양자기술 연구개발 투자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8큐비트 수준에서 2024년까지 50큐비트급 한국형 양자컴퓨팅 시스템(KQIP)을 구축하고2028년까지 100큐비트급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목표이다. 산학연 협력을 위해 삼성·LG·SK·포스코·한국전력 등이 참여한 협의체인 ‘미래양자융합포럼’를 지난해 7월에 출범시켰다.
삼성전자와LG전자는 ‘IBM 퀀텀 네트워크’에 합류해 IBM의 양자 컴퓨팅을 활용, 인공지능, 커넥티드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의 미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도 올해 초 정부의 뉴딜 과제 수행을 통해 국내 8개 기관에 양자암호통신망 구축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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