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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에서 누리호까지...K-로켓의 개발 역사

절반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우주 강국으로 도약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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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산 기술로 만들어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1.5톤짜리 위성 모사체를 지구 저궤도인 고도 700km에 올리는데 최종 실패했다.

마의 16분 동안 모든 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 위성 모사체를 분리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마지막 단계인 모사체의 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발사는 한 번에 성공했지만 궤도 안착이라는 임무는 불발돼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주발사체에 1.5톤이 넘는 탑재체를 실을 수 있는 발사체가 만들어진 것도 한민족 역사상 처음 생긴 일이고 순수 우리기술로 대형 발사체 즉 로켓을 만든 것도 처음이다. 누리호 로켓을 쏘아올리기까지 이른바 K-로켓의 개발 역사는 지난했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다. 미국의 미사일 지침에 의한 로켓 개발이 제한되어 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K-로켓의 개발 역사를 돌아본다.

지난했던 우주 개발의 꿈
한국의 로켓 개발 역사는 1993년 6월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1단 과학로켓인 KSR-I 발사에 성공하면서 대한민국 우주발사체의 역사를 시작했다. 액체 로켓 엔진을 개발하지 못하고 화약을 사용하는 고체 로켓이었다. 1989년 항우연 설립 4년 만의 일이었다. 이후 1997년엔 추력이 두 배로 늘어나고 최고 고도도 4배 높아진 KSR-II 발사에 성공했다. 그리고 2002년 국내 최초 액체 추진 로켓인 KSR-III를 성공 발사했다. 비록 8t급의 작은 로켓이었지만 한국은 이를 통해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한 기반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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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까지만 해도 한국에게 '우주 개발'은 먼 얘기였다. 그러나 1996년 5월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2005년 5월엔 우주개발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제도적 기반이 완성됐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6월엔 우주 개발을 위한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우리 손으로 만든 위성을 독자적 발사체로 발사한다는 원칙을 담아 '제1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로켓을 개발하는데 있어 로켓을 쏘아올릴 수 있는 우주센터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우주 개발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초기지인 '우주센터'를 가진 전세계 13개국 중의 하나다. 2001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를 최종 부지로 선정해 2009년 준공했다. 우주센터는 단순히 로켓을 세워 놓고 발사만 하면 되는 곳이 아니라 로켓 제작, 실험 등이 진행되는 복합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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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30일은 한국이 우리 땅에서 처음으로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린 날이다. 나로호가 그 첫 번째 발사체다. 나로호는 기술 습득을 위해 러시아와 협력해 제작된 반쪽짜리 국산 로켓이다. 1단부는 러시아가 2단부는 한국에 만들었다. 2번의 실패와 4번의 발사 연기 끝에 결국 성공했다. 한국은 나로호 개발과정에서 습득한 기술을 기반으로 누리호 등 독자적 우주발사체 기술 개발에 착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설계부터 제작, 시험 등 우주발사체 개발에 필요한 모든 기술이 나로호 개발을 통해 축적됐다.

우주 개발의 기틀 마련한 누리호 개발
누리호 개발은 그야말로 걸음마부터 시작됐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종합 기술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앞서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나로호 기술 개발 등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됐다. 75톤급 엔진은 첫 연소 시험에 실패한 이후 무려 12번이나 설계를 바꾼 끝에 최종 완성되는 등 시행착오 또한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누리호 개발사업이 시작된 때는 나로호 2차 발사가 진행된 2010년 3월이다. 그해 한국형발사체 개념설계를 완료하고 이듬해 한국형발사체 사업단이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제4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발사체 개발계획(2010∼2021년)을 확정, 누리호 개발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2014년 1월 한국형 발사체 총조립기업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선정됐다. 3월엔 3단엔진 적용 7톤급 액체엔진 연소기의 지상 연소시험에 성공했다. 7월, 핵심 설비인 75톤급 액체엔진의 개발을 위한 터보펌프 실매질 시험설비와 연소기 연소 시험설비가 구축됐다. 10월 첫 연소기 시험이 진행됐지만 75톤급 액체엔진 연소불안정 현상으로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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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7월, 발사체 예비설계, 엔진 시험설비 구축, 7톤급 액체엔진 조립 및 점화·연소시험을 마쳤다. 8월엔 발사체 및 엔진 상세설계가 이뤄졌고 75톤급 액체엔진 개발 등 2단계 개발단계 진입했다. 2016년 5월, 75톤급 액체엔진이 1.5초간 안정적으로 연소했다. 한 달 뒤 75초간, 7월엔 147초 동안 연소에 성공하면서 기술 신뢰도가 빠르게 개선됐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75톤급 액체엔진 2호기 연소시험도 시작됐다. 

2018년 3월엔 한국형발사체 인증모델(QM)을 완성하고 종합연소시험을 시작했다. 넉 달 뒤 한국형발사체 인증모델 종합연소시험에서 154초동안 엔진이 연소, 성공 판정을 받는다. 9월엔 한국형발사체 이름을 '누리'로 확정했고 11월엔 151초간 엔진 시험발사체 연소에 성공했다.

올초엔 누리호 인증모델(QM) 300톤급 1단부의 연소시험에 연이어 성공했다. 1~2차 연소시엄에서 각각 30초, 101초 연소했고 1단부 종합연소시험에선 총 125.5초간 안정적으로 연소했다. 지난 6월 누리호 3단형 인증모델 발사대 인증시험을 완료했고 8월엔 누리형 3단형 비행모델(FM) 마지막 점검(WDR)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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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의 '심장'인 엔진은 우주 발사체 개발의 핵심이다. 나로호 개발 당시 30t급 액체 엔진 개발 기술을 습득한 항우연 개발진들은 이를 바탕으로 75t 액체 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2016년 5월 1.5초 연소 시험, 2016년 7월 145초 연소 시험에 각각 성공했다. 로켓 엔진은 초당 1000kg의 엄청난 양의 추진제를 공급해 연소시키는 복잡하고 예민하다. 항우연은 회전체를 이용해 추진제의 압력을 높여 고압의 가스를 분출하는 '터보펌프식' 액체엔진 개발을 완수했다. 가장 큰 기술적 난제 연소불안정 현상 극복 위해 10개월간 밤낮없이 매달린 결과다.

75t급 엔진 개발을 마친 항우연은 2018년 11월 시험 발사체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 발사체의 '심장'인 로켓 엔진을 마침내 완성했다. 세계 7번째 중형 액체 엔진 개발국이 된 순간이었다. 당시 발사를 앞두고 최종 점검 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돼 한차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한국이 자체 개발한 우주 로켓은 무사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300여개 기업의 기술이 집약된 누리호
'누리호(KSLV-II)'에는 정부와 대기업의 땀만 녹아 있는 게 아니다. 11년 7개월간 국내 300여 기업, 500여 명이 독자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쏟아부었다.

비록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올리는 최종 임무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대한민국이 세계 7번째 독자 우주발사체 보유국에 근접하면서 누리호에 힘을 보탠 중소기업들도 '뉴 스페이스' 시대에 자신감을 키울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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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 개발에는 2014년 합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중공업, 두원중공업 등 대기업과 우주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약 2조 원에 달하는 누리호 전체 사업비 중 민간기업에 돌아간 금액이 80%인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민간 기업 집행액이 1,775억 원에 그쳤던 나로호 개발 때와 비교하면 10배에 가까운 액수다.

누리호 추진기관 및 엔진은 총조립을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스페이스솔루션, 비츠로넥스텍, 에스엔에이치, 네오스펙 등이 머리를 맞댔다. 스페이스솔루션은 연료 및 산화제 공급을 차단하는 밸브 및 발사체 3단 자세제어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2015년부터 연구 인력의 30%가 투입되는 등 핵심 인력들이 부품 개발에 전력을 쏟았다. 스페이스솔루션 관계자는 "특수 소재나 생소한 항공 규격들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라 조사, 시험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하지만 기술적 어려움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풀어갔다"고 설명했다.

핵심 기술인 지상제어시스템과 시험장치 설계 등에는 유콘시스템, 카프마이크로, 우레아텍 등 5개 중소기업이 힘을 보탰다. 유콘시스템은 2014년 지상제어시스템 예비 설계를 담당했고, 이듬해 발사체 지상제어시스템 전체를 제작·설계했다. 이외에 발사대 및 시험설비 구축과 열제어·화재안전은 한양이엔지, 연소 시험은 현대로템이 주도했다.

누리호로 달까지 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의 2차 발사를 내년 5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1차 발사의 결과와 무관하게 작년 12월에 미리 결정돼 있던 사항이다. 2차 발사 날짜는 잠정적으로 내년 5월 19일로 정해져 있다. 2차 발사 때는 실제 위성을 탑재해 쏘아올린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2차 발사 후에도 누리호와 동일한 성능을 가진 발사체를 또 만들어 4회에 걸쳐 추가로 '반복 발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략의 일정은 2022년, 2024년, 2026년, 2027년으로 잡고 있다. 1·2차 발사에 이어 4회의 '반복 발사'까지 6차례 발사가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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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과 항우연은 누리호 성능 개선 향상 사업 진행도 검토 중이다. 누리호 주력 엔진인 추력 75t급 엔진의 성능을 82t급까지 올리고 탑재 가능 위성의 무게도 1.5t보다 무거운 2.8t으로 늘릴 수 있게 개량한다는 게 주요 목표다. 또 과기정통부와 국방부는 독자 개발한 고체 연료 기반 발사체를 2024년께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할 계획이다. 액체 연료를 쓰는 누리호와 달리, 고체연료 기반의 소형 발사체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발사 준비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누리호가 정상궤도에 진입했지만 1.5톤의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국내적으로는 누리호 발사 성공을 기반으로 우주산업이 하나의 산업영역으로 확립돼 관련 생태계가 구축되고 국가 소득 증대나 일자리 창출, 미국의 스페이스X 같은 민간 우주기업의 출현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중대형 로켓을 갖춘 한국 우주개발의 목표는 유인우주선과 달 탐사 나아가 화성탐사로 점차 옮겨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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