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리뷰] 밀 막걸리를 아시나요?
쌀 막걸리와 밀 막걸리의 차이 및 밀 막걸리의 변천사
본문
안녕하세요! 리뷰타임스의 Living and Tech Story Teller MRM입니다.
막걸리의 기본 재료는 대부분 쌀(멥쌀 또는 찹쌀)입니다.
밀가루로 만드는 경우와, 쌀농사를 짓기 힘든 제주도에서 찬 보리밥으로 만드는 쉰다리 술을 제외하면 다른 재료를 찾기 힘듭니다. 옥수수, 땅콩, 잣 막걸리 등은 기본 막걸리에 지역 특산물을 첨가해서 맛을 내는 형태라 기본 재료는 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쌀 막걸리가 아닌 밀 막걸리는 시중에서 찾기가 쉽지 않은데, 우연히 들른 마트에 밀 막걸리가 진열되어 있는 걸 보고 맛에 대한 호기심에 구입해 보았습니다. 대표적인 밀 막걸리는 △서울생밀막걸리(서울생주조) △지평생막걸리 옛막걸리(지평주조) △향수(이원양조장) 등이 있습니다. 이번에 구입한 막걸리는 지평주조에서 나온 '지평생막걸리 옛막걸리'입니다. 60~80년대에 생산되었던 밀 막걸리 맛을 잊지 못하는 분들과 일부 밀 막걸리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출시된 막걸리입니다.
이번에 마셔본 밀 막걸리를 같은 지평주조의 쌀 막걸리와 비교해 보면, △더 짙은 색상 △약간의 텁텁함 △더 느껴지는 누룩향 △무거운 바디감 △낮은 탄산감 등으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밀 막걸리의 특성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쌀 막걸리를 넘어서는 특출난 차이점을 느끼지 못해, 예전에 먹던 익숙한 맛과 향수가 더해져 찾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왜 예전에는 발효 효율이 떨어지는 밀가루로 막걸리를 만들었을까요? 그 이유를 '국가기록원'의 '금기와 자율-쌀과 막걸리' 편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쌀과 막걸리 (출처: 국가기록원) --------
정부는 1960년대부터 범국민적인 절미 운동과 혼·분식 운동을 추진하여 부족한 양곡을 보충하고자 하였다. 절미 운동은 새마을운동의 일부로써 가정에서의 쌀 소비를 줄이자는 운동이고, 혼·분식 운동은 보리, 콩, 조 등 잡곡을 섞은 혼식 밥과 밀가루 음식 먹기를 권장한 운동이었다. 처음에 자발적인 캠페인 성격으로 시작된 혼·분식 운동은 계몽 활동에만 머물지 않고 단속을 통하여 강제성을 띠었다. 우선 가정에서의 보리 혼식을 유도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의 도시락을 검사하여 쌀과 보리의 혼합 비율을 확인하였고, ‘양곡 소비절약에 관한 행정명령’을 통하여 음식판매업자, 양곡매매업자, 양곡가공업자를 통제하였다.
1964년 1월 24일부터 모든 음식업 종사자는 보리와 국수를 25% 이상 혼합해서 팔도록 하고, 같은 해 8월에는 육개장, 곰탕, 설렁탕에 쌀 50%, 잡곡 25%, 국수 25%를 혼합 조리하도록 하였다. 또 1969년부터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을 분식의 날, 일명 ‘무미일(無味日)’로 정하여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쌀로 만든 음식을 팔지 못하도록 규제하였다. 1973년 3월에는 음식점의 보리 혼식률을 종래의 25%에서 30%로 높이고, 쌀을 원료로 한 과자와 엿류의 생산을 금지하였다. 다음 해에는 방출하는 정부미를 전량 혼합곡으로 바꾸고, 쌀의 도정률을 9분도에서 7분도로 낮추었으며, 음식점에 대해서는 혼식 공깃밥만 팔도록 하였다. 이를 위반할 경우 허가를 취소하거나 6개월 이하의 영업정지를 내렸다.
양곡소비 절약을 강화하기 위한 시책으로 1963년에는 서민들의 술인 막걸리 제조에 백미(白米)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 이후에 사용 원료의 2할 이내로 백미 사용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다가, 1966년 8월 28일부터 백미 사용을 전면 금지하였다.
1977년 크게 풍년이 들어 쌀 수확량이 사상 처음으로 4천만 석을 돌파하였다. 이로써 식량수급이 가능해지자 정부는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하여 무미일(분식날)을 폐지하고, 쌀도 백미에 가까운 9분도로 도정하도록 하였다. 이어 밀가루 막걸리를 금지하고 쌀 막걸리를 생산하도록 함으로써 쌀 소비억제정책을 전면 해제하였다. 그 해 12월 1일에 쌀 막걸리를 허용하는 행정조치가 내려졌고, 14년 만에 쌀 막걸리가 다시 등장하였다. 그러나 쌀 소비가 늘어나자 1979년 11월 1일 막걸리에 쌀만을 사용토록 한 행정명령을 철회하고, 밀가루와 옥수수 등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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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자급이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 정부는 양곡관리법을 근거로 행정명령을 통해 주류 제조에 쌀 사용을 금지시켰고, 쌀 대신 값싼 밀가루를 사용하여 막걸리를 제조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70년대 들어 바뀌기 시작합니다. 1971년에 열대성 품종인 인디카종과 온대성 품종인 자포니카종을 삼원교잡한 생산성이 뛰어난 ‘통일벼’가 개발되고, 1972년부터 전국적으로 보급되게 됩니다. 또한, 영농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이에 따라 쌀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여 1977년에 쌀 자급률 113%를 기록하며 자급자족의 시대를 맞게 됩니다. (참고로 쌀 자급에 크게 기여했던 통일벼는 맛이 떨어지고 병충해에 약해 점차 다른 품종으로 대체되고 1992년 정부가 수매를 중지하면서 사라지게 됩니다.) 이때 쌀 막걸리에 대한 규제가 잠깐 풀렸었는데, 소비가 늘면서 다시 규제가 시작되고 1990년에서야 규제가 완전히 풀려 쌀 막걸리가 다시 판매되게 됩니다. 쌀 막걸리에 대한 규제는 풀렸지만, 그동안 희석식 소주와 맥주에 대부분의 시장을 내어주게 됩니다.
밀 막걸리는 쌀 소비 규제 정책으로 나오게 되었으며, 그때 밀 막걸리에 입맛이 익숙해진 분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술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밀 막걸리만의 맛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어 지금도 조금씩 생산되고 있습니다.
밀 막걸리인 지평 옛막걸리와 같은 지평주조의 쌀 막걸리인 지평생막걸리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라벨을 보며 비교해 보겠습니다.
용량과 알코올 도수는 750㎖와 5도로 동일합니다. 원재료를 살펴보면 쌀과 소맥분(밀가루)의 차이를 보여주며 밀 막걸리의 경우 발효 효율이 쌀 막걸리보다 떨어져 당화제인 효소(알파 아밀레이스)가 추가로 첨가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외 재료들은 거의 동일합니다.
지평 옛막걸리는 밀 막걸리의 특징을 잘 살린 막걸리라고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 감미료로 끌어올린 단맛이 조금 과하게 느껴진다는 점은 살짝 아쉬웠습니다. 서울생밀막걸리와 향수도 기회가 되면 구입해서 마셔보고 싶어 집니다.
막걸리는 기호 식품으로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좋아하는 막걸리가 달라집니다. 예전에 마셨던 밀 막걸리를 잊지 못하거나 밀 막걸리만의 독특한 맛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사라지지 않고 조금이나마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내돈내산' 지평생막걸리 옛막걸리 리뷰였습니다.
<mrmkim12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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