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리뷰] 누구를 위한 eSIM 정책인가? > 테크리뷰

본문 바로가기

테크


[테크 리뷰] 누구를 위한 eSIM 정책인가?

가입자 정보와 단말 정보가 일치해야 한다는 잘못된 정책이 문제

본문

[리뷰타임스=곰돌이아빠 리뷰어]

 

eSIM

 

 

스마트폰을 새로 장만하거나 업그레이드하면 꼭 해야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유심을 옮겨주는 것입니다. 휴대폰 개통 정보를 담은 유심은 그동안 직접 통신사에 개통한 다음 이를 휴대폰에 꽂아 쓰는 형태였습니다. 이런 유심 역시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단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얼마전 선보이는 휴대폰부터는, 예를 들면 갤럭시 S23, 플립Z5 같은 최신 모델은 eSIM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들어갑니다. embeded SIM의 약자로 따로 유심칩을 사서 꽂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내장된 eSIM에 통신사의 프로파일을 다운 받아쓰면 됩니다. 따로 물리적인 유심이 아닌 까닭에 이동이 편하고, 파손 등의 걱정이 거의 없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말이죠.

 

또 다른 장점은 유심 하나 eSIM 하나로 스마트폰 하나로 두 개의 심을 쓰는 듀얼심을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eSIM을 쓰다가 해외에서 스마트폰에 현지 유심을 넣으면 통화는 그대로 하면서, 현지요금으로 싸게 데이터를 쓸 수 있어 무척 편합니다. 업무용으로 휴대폰을 두 개 써야하는 경우에도 휴대폰 하나로 이를 해결할 수 있으니 좋구요. 

 

경제적인 메리트도 있습니다. 유심칩이 보통 7,700원 정도인데, eSIM은 다운로드 비용 2,750원입니다. 여기에 물리적인 칩이 없으니 스마트폰을 개통해도 다운로드만 해도 되니 아주 편하고 온라인 개통이나 통신사 간 번호 이동도 쉽습니다. 역시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최근 휴대폰을 바꿨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제 명의로 플립5 휴대폰을 개통했고, 개통한 다음 최초 통화 후 실제로 쓸 아내의 유심을 넣어 각종 정보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새 휴대폰이 생겼다고 좋아하는 아내의 칭찬을 들으며 잠을 잤습니다.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일입니다. 이미 여러번 저는 제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서 가족들이 쓰고 있었습니다. 휴대폰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제가 각종 지원금을 받아 휴대폰을 사는 것이 유리한 까닭입니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습니다. 갑자기 통화가 안되는, 보다 정확히는 수신 전화만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왜 갑지기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심이동성 제도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 제도는 휴대폰 가입자 정보를 담은 유심을 공기계에 넣어 곧바로 쓸 수 있게 함으로써 통신사용 특정 단말을 개통하는 막강한 이통사의 지배력을 덜어내고 소비자의 단말 선택 및 이동권 보장으로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이때 없어진 것이 바로 악명 높은 화이트리스트입니다.

 

화이트리스트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믿기 어렵지만 국내 전산망에 등록된 단말기만 작동했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스마트폰을 직구해도 개통하기 위해서는 엄청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습니다. 이 제도가 없어지면서 해외에서 아이폰이든 샤오미든 사서 유심만 꽂으면 되게 된 것이죠.

 

 

그런데 eSIM이 들어가면서 아주 묘한 일이 생겼습니다. eSIM은 기기 안쪽에 내장된 것입니다. 그래서 통신사나 정부의 논리는  eSIM에 등록된 가입 정보에 따라 단말기 소유 정보를 이용자가 전산에 등록합니다. 단말기의 전상 등록 및 접수는 각각의 통신사가, 동의 후 관리는 KAIT라는 별도의 기관이 처리합니다. 사실상 예전 정책으로 회귀한 것입니다. 

 

즉 제 명의로 개통한 휴대폰은 예전과 달리 eSIM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이 쓰지 못하도록 자동으로 막아버립니다. 통신사는 관련된 내용을 짧게 정리한 문자 하나를 보내고 2시간 동안 동의가 없으면 발신 정지 및 데이터 정지 그리고 30일이 지나면 아예 해지가 됩니다.

 

 


듀얼심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용 동의

 

아마도 휴대폰을 바꾸면 통신사로부터 이런 저런 문자가 다양하게 옵니다. 꼼꼼히 잘 읽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휴대폰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저야 아내에게 선물(?)로 사준 셈이니 이를 해결했지만 만약 중고로 판매한 경우라면 어떨까요? 비싼 휴대폰을 사서 쓰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판매자가 연락 안되면 정말 눈앞이 깜깜한 상황이 생깁니다.

 

 

 


 

eSIM

 

 

발신정지를 해지했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저희 가족은 인터넷까지 KT로 묶어 총액결합할인을 받고 있었는데 이게 아내가 빠져버리면서 중단되었습니다. 다시 일일이 이를 동의하고 연결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eSIM단말기가 없었던 시절에는 없었던 일입니다.

 

 

eSIM

 

 

문제는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가입자 정보는 확인하는 걸 규정하고 있지만, 가입자 정보와 단말 정보가 일치해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는 점입니다. 오로지 eSIM이 들어가는 단말기를 쓴다는 이유로 복잡한 문제가 생기는 셈이죠. 

 

IT전문가 칫솔님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 문제를 다루지도 않고, 통신사 역시 문자 하나만 보내고 끝입니다. 적어도 휴대폰이 정지되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요금도 꼬박꼬박받는 통신사라면 이렇게 해서는 안되지 않을까요?

 

당장 다음달에도 eSIM이 들어있는 아이폰 15가 나옵니다. 휴대폰은 최신이지만 정책은 구식으로 바뀌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bear0601@naver.com>

<저작권자 ⓒ리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 0
로그인 후 추천 또는 비추천하실 수 있습니다.
추천한 회원 보기
추천한 회원
profile_image TepiphanyI리뷰어 profile_image 김민철l기자
곰돌이아빠I리뷰어의 최신 기사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물 전체검색
다크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