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리뷰] 반도체 제왕 인텔은 망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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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l,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세음절의 고로송 딩동댕동, 펜티엄, 셀러론, 코어, 컴퓨터의 심장, CPU, 가장 유명한 반도체 기업...
인텔을 정의하는 단어는 많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공룡 인텔은 몰락하고 있습니다. 이제 디지털카메라를 가장 먼저 발명하고도 디지털카메라에 의해 망해버린 코닥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어떤 기업을 평가하는 가장 좋은 지표는 주가지수입니다. 2024년 9월 기준 지난 일년간 인텔 주가는 약 60%가 떨어졌습니다. 가장 잘 나갔던 2000년대 초반 약 70달러에 육박하던 주가는 이제 불과 10달러대로 떨어졌습니다. 약 70%가 날아간 셈이죠. 심지어 전통의 다우지수에서 퇴출될 위기이기도 합니다.
당장 지난 2분기에만 약 16억달러, 우리돈으로 2조가 넘는 손실을 기록한 인텔은 15,000명의 대규모 구조조정, 독일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 중단 등 극약처방을 내놓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인텔에 다시 소생할 기회가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도대체 반도체 공룡 인텔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공교롭게도 인텔은 저와 나이가 거의 같습니다. 만들어진 다음부터 사실상 약 50년 동안 인텔은 CPU의 대명사였습니다. 기술, 자금, 투자 등 3가지가 골고루 갖춰야 하는 반도체 특성상 인텔에는 경쟁자가 없었습니다. 2000년대 후발주자인 AMD가 애슬론을 앞세워 강력한 도전을 했지만 사실 인텔에 가벼운 상처 정도로 그쳤습니다.
인텔 몰락의 원인은 여러가지입니다. 가장 첫번째는 그래픽시장에 소홀했던 점입니다. 사실 인텔은 괜찮은 그래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i740이라는 이름의 그래픽은 당시로서는 제법 괜찮은 엔진이었습니다. 다만 코닥이 그랬듯, CPU라는 본령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인텔은 그래픽을 별도로 분리하지 않고 항상 CPU에 결합하는 부속품 정도로만 개발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엔비디아가 그래픽을 기반으로 GPGPU를 거쳐 지금의 인공지능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아쉬운 결정입니다.
다른 하나는 잘 알려진 모바일 시장의 진입 실패입니다. 이 역시 근본적으로는 컴퓨터시장의 성공에 과신한 나머지 스마트폰 시장으로 이행을 게을리 한 탓입니다. 그 결과 퀄컴이라는 또 다른 공룡에게 모바일 시장을 완벽히 빼았겼고, 지금은 삼성이나 중국 모바일 업체에게도 밀려, 모바일 시장에서는 완벽히 잊혀진 이름이 되었습니다.
성공의 기반이 되었던 공장, 이른바 반도체 파운더리 시장에서 실패입니다. 경쟁자인 엔비디아, 퀄컴 그리고 AMD와 달리 인텔은 파운더리라는 자체 반도체 생산 시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생산시설의 일부를 활용해 다른 회사의 반도체도 생산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인텔은 언젠가부터 파운더리의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대만의 TSMC는 물론, 삼성과 중국 기반의 파운더리 업체에게도 뒤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경쟁에 뒤지다보니 곰탕처럼 기존 공정을 재탕, 삼탕했고, 이는 소비전력 과다, 높은 생산비용, 떨어지는 효율과 이로 인한 판매부진이라는 악순환을 낳았습니다. 최근에는 예전에는 경쟁자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던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반도체 위탁 생산을 위한 테스트에도 실패했습니다. 이제 진지하게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자체의 존망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다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대마불사, 미국 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점입니다. IRA라고 잘 알려진 인플레이션 감소 법안의 상당수는 미국 반도체 지원에 집중되고 있으며, 그 혜택은 인텔이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다만 IRA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바이든은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고, 죽어가는 인텔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퍼주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AI반도체는 언강생심입니다. 이미 시장의 선두주자 엔비디아는 고사하고 한때 경쟁자로도 생각하지 않았던 AMD에게도 크게 밀린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수량에서는 여전히 AMD에 앞서지만, 기술력이나 성장 잠재력에서는 AMD에 뒤진다는 것이죠. 참고로 지난 일년간 AMD 주가는 약 27% 상승했습니다.
그렇다면 인텔이 이렇게 망가진 원인은 무엇일까요? 결국 사람입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2017년과 2018년 OpenAI 지분 15%를 10억 달러에 인수하겠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당시 밥 스완(Bob Swan) CEO는 이를 거부했는데 지금 가치는 약 12배 오른 120억 달러의 가치를 지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심지어 단순한 지분만 아니라 오픈AI에 원가로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대가로 추가 15%의 지분을 받을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오픈AI 지분 약 30%를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의 AI시대에 그래도 선전할 수 있었을 겁니다.그 지분은 MS가 가져갔습니다.
2006년에는 애플로부터 아이폰 AP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인텔 CEO 폴 오텔리니(Paul Otellini)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실체가 없는 제품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폴의 말처럼 인텔이 그 일을 맡았더라면 아마도 세상은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적어도 인텔의 세상은 말이죠.
물론 인텔 최악의 CEO로 평가받는 브라이언 크르자니치에 비하면 이들은 그래도 양반입니다. 단기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그는 지나친 원가 절감으로 인텔의 성장동력을 멈춰버렸습니다. 2016년에는 당시 인텔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12,000명을 해고했는데, 대부분 연구개발 인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개발자들 상당수는 경쟁사로 이직했습니다. 오죽하면 AMD가 보낸 스파이라고도 불릴 정도였습니다.
그런 그도 자기 재산 지키기에는 열심이여서 인텔 최악의 에러라 불리는 CPU 보안 이슈가 터지기 전에 스톡옵션 약 2,400만달러를 사전에 팔아치우기도 했습니다. 끝은 더욱 창렬했는데 부하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사내 성추문 스캔들로 사직했습니다. 이른바 IT 미투의 시작이었죠. 비슷한 시기부터 지금까지 AMD의 부흥을 이끈 AMD의 리사수와는 너무도 대비되는 행보입니다.
인텔의 흥망성쇠는 결국 기업이건 국가던 사람, 보다 정확히는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말해줍니다. 지도자나 CEO가 나라나 조직을 흥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지만, 망하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인텔의 잘못된 CEO들이 어리석거나 사악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 모두는 좋은 교육을 받았고,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엄청난 성과를 냈기에 CEO가 되었습니다. 기자 시절, 그리고 업무관계로 인텔 CEO 몇 분은 직접 만나본 적이 있지만 모두 매우 지적이고 성취도가 높으며 성공하고자 하는 동기가 충분했고 심지어 인간적으로도 괜찮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성범죄를 저지른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적어도 범죄를 저지른 적도 없었구요.
흔히 운때라고 말하듯, 그 CEO의 경험이나 기질이 회사의 그 시기에 적합하지 않았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지도자, 좋은 CEO를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텔은 잘 말해줍니다.
그리고 저에게 묻는다면, 인텔은 이미 망했습니다. 이제 묘비만 세우는 일만 남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지도자와 우리나라를 대표하은 삼성이나 SK하이닉스의 리더가 인텔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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