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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리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자클린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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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윤지상(수시로) 기자] 5살에 처음 첼로 소리를 듣고 그녀는 첼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후 16살에 데뷔해 세계적인 첼리스트의 반열에 올랐지만, 25살에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한 후 28살에 온몸이 마비되어 어쩔 수 없이 은퇴하고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 42살에 사망했다. 그녀의 이름은 쟈클린 뒤프레 (Jacqueline Du Pré)이다. 

 

자클린의 눈물은 비운의 첼리스트 자클린 뒤프레를 기억하는 추모곡

 

첼로 천재로 평가받은 그녀는 피아니스트이며 유대인인 다니엘 바렌보임을 만나 가족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혼하기 위해 유대교로 개종하며 결혼에 이른다. 두 사람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협연을 이어갔고, 누가 봐도 천재들의 결혼이라며 어디를 가나 환영받았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남편인 바렌보임의 지적이 계속되었다. 완벽주의자였던 바렌보임에게는 작은 실수도 참을 수가 없었던 것. 그런데 알고 보니 이미 자클린에게는 병이 깊었기에 실수가 잦아진 것이었다. 당연히 연주에도 지장을 받게 된 그녀는 남편과 멀어지게 되었고, 28살 은퇴 이후 옛 추억의 연주 음반을 들으며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다. 

 

세상으로부터 잊혔던 그녀를 다시 살려낸 사람은 베르너 토마스라는 첼리스트였다. 그가 오펜하머라는 작곡가의 미발표곡 중에서 그 곡을 연주해 보고는 바로 자클린 뒤프레가 생각났고 그녀를 위한 추모곡으로 세상에 이 곡을 발표했다. 그 곡의 제목이 바로 <자클린의 눈물(Les Larmes Du Jacqueline)>이다. 자클린이 투병 중 자신과 헤어진 남편을 생각하며 이미 눈물까지 말라버린 애절한 편지를 보내는데 그 편지가 바로 자클린의 눈물로 승화된 것.

 

누군가를 삶의 건너편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절망일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갈 테지만 제대로 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그렇게 헤어진다는 것은 슬픔의 극한이 아닐까 싶다. 이번 제주항공 사고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은 당시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보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절망에 위로는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지 모르겠다. 돌아가신 분들에게는 명복을 빌며, 남은 가족에게는 위로를 전하며, 자클린의 눈물을 듣는다. 

 

 

자클린의 눈물

(자클린이 죽기 전에 남긴 편지)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요.

제발 비 오는 날만큼은

그 소식을 듣지 않길 바랐어요.

하지만, 오늘 당신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말았지요.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요.

몸은 이렇게 움직일 수 없는데

심장은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후로 빗소리는 끊임없이 귓전에서 먹먹하게 들리더군요.

그런 상태로 얼마간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둠이 내린 큰 창문 아랫부분에 맺힌 빗물은

그날 밤이 지나가고 검은 빗물은 멈추었어요.

창문이 대신 울어주어서인지

저는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습니다.

거짓말이라고 하시겠지만

정말 눈물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습니다.

내 몸이 마비되기 시작한 날 밤,

그리고 첼로 채를 잡았던 오른손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던 날

그날 저는 저를 위한 눈물을 모두 흘려 버렸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절대 이해하실 수 없을 겁니다.

제가 없이도 당신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제 이 세상에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당신과 함께했던 많은 연주들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무엇이었을까요? 

첼로와 당신이 있어서 이 세상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내 영원한 사랑 다니엘 

 

 

<susir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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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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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선I기자
2025-01-07 07:37
아침에 이 첼로곡을 들으니 마음이 착 가라앉네요. 마음을 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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