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체험 vs 줄어든 볼거리, 명암 엇갈린 지스타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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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안병도 기자]
3년만에 열린 오프라인 게임 축제 - 지스타 2022
대한민국에서 '게임'이란 상당히 양면적인 평가를 받는 분야다. 젊은 세대에게는 영화나 드라마 보다 훨씬 쿨하고 환상적인 놀이문화지만, 나이든 세대에게는 돈도 안 생기는 쓸데없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아까운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다. 비록 지금은 한국의 첨단 IT문화를 발전시키고 엄청난 금액을 벌어오는 수출산업이란 호평도 받지만 예전에는 그저 학부모에게 자녀를 중독시켜 공부를 방해하는 유해요소에 불과했다.
어쨌든 지금 게임은 우리가 발전시키고 즐기는 첨단 문화이며 방구석이란 음지에서 몰래 즐기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친구와 함께 탁 트인 곳에서 즐기는 양지의 문화다. 본의아니게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나 하는 취미로 격리당했던 게임이,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왔다.
11월 17일 부터 2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2는 바로 그런 한국게임의 2022년을 보여주고 있다. 18일, 초겨울이지만 아직은 춥지 않은 부산 날씨와 함께 넓은 광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참여열기를 뜨겁게 느꼈다. 게임행사는 원래 이랬다. 지스타는 젊은 게이머들, 취재진, 그 앞에서 선보이는 화려한 게임과 그 뒷편의 IT기술, 업체, 주변 문화 상품에 화려한 코스플레이어까지 결합된 즐거운 축제다.
좋았던 점 - 넓은 공간에 효율적인 부스 배치, 실제 체험하는 게임 강조
1층에서 열린 BTC행사장은 상당히 넓었다. 행사장 배치는 중앙부에 게임 관련 중소업체나 각종 대학, 관련 위원회가 위치하고 그걸 라운드 형으로 둘러싸며 커다란 게임 업체의 체험장이 위치했다. 공간활용 면에서 상당히 좋은 배치다. 관람객의 동선이 깔끔하게 정리되면서도 가려는 게임업체의 위치를 찾기도 쉽다.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네오위즈 국내 대표 게임사들이 모두 커다란 공간을 빌려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개발중인 다양한 신작을 선보였는데 특이한 점은 거의 모든 행사가 게이머의 체험을 중시했다는 점이다. 연예인이나 모델이 중심이 되어 방송콘텐츠처럼 만드는 볼거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색있게 만들어놓은 체험 장소를 중심으로 체험을 기다리는 게이머들이 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카메라와 방송 역시 게이머가 체험하고 있는 그 장면 위주로 촬영을 해나갔다.
아쉬운 점 - 줄어든 볼거리, 상당히 길게 느껴지는 대기시간
새로 줄을 서서 게임을 즐기려고 한다면 90~60분 정도는 기본으로 기다려야만 한 가지 게임 체험이 가능했다. 기념품 역시 체험과 연동이 되어 있어 기념품을 받으려고해도 체험을 위한 줄을 서야 했다.
물론 체험공간 앞 쪽에 따로 게임 캐릭터를 연출한 모델과 소품 등을 배치해서 볼 거리를 제공하는 부분도 있긴 했다. 하지만 통상 이런 볼 거리가 상당히 풍부했던 예전 게임쇼와 비교하면 시간이나 업체 숫자에서도 별로 많지 않았다. 이런 부분은 카메라를 들고 주로 순간 포착 등으로 지스타를 취재하려는 보도진이나 유튜버 등에게 아쉬움을 주었을 것 같다.
키오스크 방식으로 만들어진 중앙의 레드브릭 플레이존은 비교적 쾌적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간단한 모바일 게임 위주이기에 오랜 시간을 대기할 필요도 없이 가까이 가서 간단히 체험할 수 있었다.
인상적인 점 - 실제 일상과 연계된 게임(라이프 이스 게임), 통합형 VR 게임
흥미롭게 보았던 곳은 '라이프 이스 게임'이란 모토를 내세운 위메이드의 게임체험이었다. 런닝머신 등을 타고 달리면 게임이 그에 맞춰 진행되는 부분은 오랫동안 닌텐도 등이 독점해왔던 댄스, 피트니스 체험 게임 등을 떠올리게 했다. 이런 게임 들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금방 체험이 가능했다.
게임기술의 발전과 함께 게임체험의 질도 높아졌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게임도 많아졌는데 올인원 VR 헤드셋을 강조한 피코VR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은 VR게임에서 확실한 킬러 타이틀이 없는 건 아쉽다. 개인적으로 VR게임에 관심이 많은 상황에서 앞으로 이 부분에서도 대작이 어서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비판 - 체험에 필수적인 대기시간에 대한 고려, 휴식공간 등 디테일 준비부족
이번 행사가 볼거리보다는 체험 중심으로 기획된 점은 인터액티브라는 게임의 본질에 비춰볼 때는 충분히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장소, 그리고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는 행사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아쉬운 점도 상당하다. 우선 체험에 걸리는 많은 시간이다.
지스타조직위원회는 지난 4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지스타에 약 18만4000여명이 전시장에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하루에 거의 거의 4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온 셈이다. 대형 게임사에서는 많게는 500개에 달하는 기기를 마련하는 등 준비는 상당히 했다.
그러나 워낙 많은 관람객이 체험을 원하니 당연히 대기가 많았다. 인기 많은 게임은 1~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행사장 운영시간은 제한되어 있으니 관람객이 4시간을 쓴다고 해도 많아야 대작 게임 3개 정도만 체험하면 관람시간 거의 전부가 흘러간다.
여기에 행사장 내부로 보면 중간에 쉴 자리는 커피샵 등 일부를 빼고는 없었으며 자유롭게 앉을 벤치라든가 의자 같은 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체험을 위한 긴 줄에 서서 긴 대기시간을 보내든가, 계속 걸어다니며 각 부스를 살펴보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볼거리가 그다지 없는 점은 여기서 큰 불편함으로 작용했다. 이럴 때 그냥 편안히 들어가 앉아서 볼거리를 보면서 체력도 회복하고 유익한 정보를 얻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그런데 오로지 직접 즐기는 게임체험 시설만 강화하다보니 선택의 여지가 줄어든 것이다.
행사장 앞 야외에는 볼 거리가 따로 좀 마련됐다. 코스플레이어를 위한 무대 역시 이곳에 위치한다. 그런데 이곳에도 방역 때문인지 의자나 각종 편의시설이 거의 없었다. 들어보니 취재진을 위한 2층 프레스룸 시설이나 각종 편의제공도 호평받을 수준은 아니었다고 한다.
또한 일반 관람객은 별도로 마련된 B2B 관은 입장하지 못했다. 기다릴 시간이 없는 관계자를 위한 별도의 체험 자체는 필요하겠지만 프레스데이를 따로 마련하면서 같은 공간에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행사장 주변 커피숍 등이 가득찬 상태에서 다른 준비가 전혀 없다시피 한 점 역시 세심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총평 - 일단은 성공, 하지만 주최측의 더 철저한 준비를 기대한다
이번 지스타 2022을 두고 주요 언론에서는 안전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크게 보도했다. 피상적으로 본다면 맞는 말이다. 큰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안전을 잡았고,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열린 오랜만에 열린 오프라인 행사임에도 20만에 가까운 관람객이 몰렸으니 흥행도 잡은 건 맞다. 그러나 본래 이런 게임쇼 등에서 심각한 안전사고는 거의 터진 일이 없으며 흥행은 그동안 못 치렀던 오프라인 행사 자체에 대한 열광 효과로 보인다.
정작 기자가 내려가서 체험한 결과 행사 부대시설은 부족하고, 주변 숙소는 값이 크게 올랐으며 편의시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과연 지적할 점이 없는 대회인지는 의문이다. 온라인으로 보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지 정작 오프라인까지 먼 길을 온 관람객에 대한 배려는 부족한 느낌이다. 앞으로 이런 부분에 대한 대회 주최측의 적극적인 준비를 기대한다.
<catchrod@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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