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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낯설고 먼>,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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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땡삐 리뷰어]

2021년작, 미국, 32분

감독 : 트레이번 프리, 마틴 데즈먼드 로

출연 : 조이 배드에스, 앤드루 하워드. 자리아

줄거리 : 전날 원나잇을 함께했던 페리의 집 침대 위에서 잠을 깬 카터는 반려견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하지만 백인 경찰과의 오해로 목이 졸려 사망한다. 하지만 다시 눈을 뜨니 또다시 페리의 집이었고, 그저 꿈이라고 생각했던 카터는 꿈 속과 똑 같은 일을 계속해서 겪기 시작한다. 100번째에 다다랐을 때 페리의 조언에 따라 카터는 백인 경찰과 대화를 시도했고, 어느 정도 대화가 순조로워지자 자신을 지까지 태워달라고 요청한다. 집으로 가는 내내 카터는 경찰과 자연스러운 대화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고 생각했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경찰의 총에 또다시 죽음의 기로에 서는데…

 

 

93회 아카데미 단편 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는 단편 영화라 호기심에 가볍게 선택 버튼을 누른 작품이었다.

 

평범해 보이는 남녀가 전날 술기운을 빌어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고 이제 막 깨어나 다음을 기약한다. 카터는 페리의 집을 나와 반려견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려 거리로 나온다. 담배 한 대 피우려는데, 경찰이 다가와 담배 냄새가 이상하다며 수색을 하려고 한다. 과잉진압으로 카터가 숨을 쉬지 못하고 사망하고 만다.

 

그리고 다시 침대 위로 반복되는 시간은 전형적인 타임루프의 설정. 계속되는 카터의 다양한 시도에 그저 갑갑해하며 또 응원하며 영화를 지켜봤다. 여기까지는 그냥 운명을 거스르려는 인간의 안간힘에 좀 더 힘이 실리는 정도랄까.

 

배우들의 연기가 끝나고 엔딩에 수많은 이름과 그 이름을 가진 자들이 ‘그 날’ 한 일이 한 문장으로 나열되는 순간, 바로 그 순간 ‘아, 이 영화가 이런 얘기를 하려는구나’라며 가슴이 먹먹해지는데. 여기가 진짜 베스트 신이죠. 바로 백인에 의해 죽게 된 날 그들이 하던 일이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흑인이라는 단 하나. 싸움을 말리고 있던 사람, 현관 잠금장치를 수리하던 사람, 정신 질환 발작을 겪고 있던 사람, 공원에서 놀고 있던 사람, 자동차 부품을 사러 가던 사람, 현관으로 들어서던 사람, 주차장으로 들어가던 사람, 자기 차에서 자다가 죽은 사람, 자기 침대에서 잠을 자던 사람…

 

이 영화가 타임루프라는 형식으로 100번이 넘는 다양한 상황과 나름의 시도를 통해 백인 경찰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이유, 그러나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한 이유가 있었다.

 

 

 

엔딩 크레딧까지 포함해 32분이고 마블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필수인 것처럼,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딧을 봐야 전체 내용과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영화이다. 마지막으로 보고 나니 처음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연속해서 두 번 봤다.  

 

순수한 학생 복장을 한 흑인… 흰색 티셔츠에 노란색 후드 집업을 입고 안경을 꼈고, 학생들이 많이 드는 백팩을 매고 있다. 그저 평범한 ‘카터’라는 이름의 청년이다. 카터는 모든 것을 시도해 보았다. 도망도 가보고, 반항도 해 보고, 싸워도 보고, 대화도 해 보고, 협상도 해 보고… 하지만 아무런 죄가 없는 그는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미국 전역에서 그날의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평범한 흑인들처럼.

 

카터가 백인경찰과 함께 집으로 가는 경찰차 안에서 하는 말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선택이 있었겠어요? 백인은 3루에서 태어나고 우린 경기장 밖에서 태어나는데 개판이잖아요, 진짜 다 까놓고 얘기해서 이 시스템은 여러분이 한 일과 아무 상관 없는 단 한 가지로 최고의 상을 줘요. 백인이란 거요."

 

카터는 조심스럽게나마 이 말이 하고 싶었고 결국 한 마디 했지만, 백인 경찰은 그를 내려주고 다시 뒤통수에 총을 겨눈다. 이미 타임 루프에 대해 알고 있는 듯 “내일 다시 봐,”라고 말하며.

 

다시 깨어난 카터는 페리에게 모든 사실을 말해주고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희망을 전하며 영화는 끝난다. 그러나 그 희망은 카터 혼자 찾을 수는 없음을 동시에 말해준다. 타임 루프에 올라탄 백인 경찰이 함께 찾아야 한다는 것도 이 영화는 말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2020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흑인이며 미국 시민이던 조지 플로이드는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죽었는데, 마지막으로 그가 한 말은 “숨을 쉴 수가 없어요”였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처음 카터가 죽을 때 이 말을 되뇐다.

 

그리고 그 장면을 지켜보던 노점상 여성은 ‘그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소리친다. 그러나 그녀는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것과 청년이 잘못한 게 없다고 소리치는 것밖에 할 수 없다. 그녀는 백인이 아니기도 했고, 그거라도 필요하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그게 바로 관심의 시작이니까.

 

짧고 임팩트 있는 내용과 강렬한 구성으로 깊은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였다. 내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좋은 영화로 다가왔다. 타임루프의 형식과 엔딩 크레딧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참신하게 전달한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낸다.

 

영어 제목 <Two distant strangers>는 먼 두 이방인이라는 뜻인데. 흑인과 백인 경찰을 의미하는 두 이방인을 의미한다. 이 제목은 90년대 힙합의 전설로 불리는 2Pac의 <Changes>의 가사 중 ‘날 먼 이방인이 아닌 형제로 보는 법을 배워요’에서 나왔다고 한다. 2Pac의 사후 1998년에 발표된 곡이라니. 그 때의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재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경쾌한 멜로디와 리듬이 무거운 주제를 쉽고 간결하게 풀어낸 <낯설고 먼> 영화와 잘 맞아떨어진다.

 

흑인과 미국 얘기라고 공감이 덜 될 수도 있겠지만 유색인종이라고 차별받는 상황을 상기하면 별반 다르지 않은, 결코 묵시할 수 없는 얘기이다. 흑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권에 관한 문제이니까.

 

 

[쓸만한 TMI] 트레이번 프리와 마틴 데즈먼드 로 감독은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경찰의 폭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이름을 수놓은 정장을 입고 참석했다. 인종차별 반대의 메시지를 또 한번 강력하게 전한 것이다.

트레이번 프리 감독은 이날 수상소감에서 "미국 경찰이 오늘도 사람 3명을 죽일 것이고 내일도 3명을 죽일 것"이라고 말하고, 이어 "미국 경찰이 죽이는 사람이 1년에 1000명 정도다. 이중 많은 수, 대부분이 흑인"이라고 주장했다. 트레이번 프리 감독은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무관심한 것은 끔찍한 것이다. 따라서 여러분에게 호소한다. 무관심해지지 말라"고 강조했다.

 

<tomyif@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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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2

Tepiphany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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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piphanyI리뷰어
2023-02-12 14:35
저도 유튜브에서 봤는데... 표절이라고 하더라고요. 원작은 보지 못했지만요..

땡삐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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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삐I리뷰어
2023-02-13 09:47
앗, 그래요? 아아아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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